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4차 변론에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맨 왼쪽)과 대통령측 법률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가운데) 등이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일명 '고영태 녹음파일'을 검증해 줄 것을 신청했다. 2000개에 달하는 파일을 듣기 위한 검증절차 기일이 지정될 경우 '2월 말 최종 변론, 3월 초 선고'라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헌재는 16일 대심판정에서 박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을 진행했다. 헌재는 이 자리에서 "이동흡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 15명이 고영태 녹음파일을 심판정에서 틀어달라는 내용의 검증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탄핵심판대에서 '고영태 녹음파일'을 듣고, 헌법재판관이 직접 증거조사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고영태 녹음파일'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 등과의 통화 등을 녹음한 파일 2000여개다. 박 대통령 측은 이 파일 중 일부에서 고씨 일당이 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사익을 추구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심판대에서 녹음파일을 검증해 증거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해달라는 것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박 대통령 측의 무더기 증인신청으로 탄핵심판 일정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000여개의 파일을 직접 듣겠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날 14차 변론에 증인으로 채택된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가운데 정 전 이사장을 제외한 증인 3명은 모두 불출석했다. 지난 14일 열린 13차 변론에서도 증인 4명 중 3명이 출석하지 않아 파행을 겪기도 했다.
헌재는 20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방기선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최상목 기재부 제1차관(전 경제금융비서관), 22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의 증인신문을 할 계획이다. 최 차관이 이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김 전 실장과 안 전 수석, 최씨는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던 적이 있어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녹음파일 역시 시간끌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요청에 대해 재판부 회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씨의 태블릿PC에 실제로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