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한국전력공사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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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학파 경제학자인 세이가 주창한 세이의 법칙(Say's Law)이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법칙으로써, 공급이 이루어지면 그만큼의 수요가 생겨나 유효수요 부족에 따른 공급과잉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급과 수요가 항상 균형상태를 유지한다는 이론이다. 1930년대에는 대공황으로 공급은 넘쳐났지만 판매가 일어나지 않아 폐업하는 공장들이 속출하는 등 이론의 허점으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세이의 법칙이 부활하고 있다. 기능중심에서 가치중심으로 소비가 이동하면서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이를 촉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폰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개발할 때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 단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시장조사 후 신제품을 내어 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혁신적이고 가치가 높은 제품은 새로운 소비계층을 만들어낸다. 신도시를 조성하면 아파트 구입 수요가 발생하고 새로운 도시기반의 서비스산업이 창출되는 부동산 시장 사례도 있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이 일상화되는 뉴노멀 시대에는 경제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물리적 기술과 이것들이 원활하게 거래되도록 투자를 유인하는 사회적 기술 둘 다 필요하다.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수많은 가치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변화를 수반하는 지능정보화에 주목해야 한다. 지능정보화란 모든 사물을 연결해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AI를 적용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최적화로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마존의 물류자동화와 같은 유통구조 혁신, GE의 프리딕스 플랫폼 같은 빅데이터 기반의 사업모델 창출, 우버나 에어비앤비로 대변되는 공유경제 등의 사례가 근래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금년에 12대 신산업의 가시적 성과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을 산업에 조기에 확산하기 위해 13조 8000억 원을 투자하여 미래 먹거리 창출을 가속화한다. 수출입은행도 에너지신산업과 ICT융합 등에 6조 5000억 원을 지원하고 규모를 8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맞춰 한전은 1조원 규모의 신산업 펀드를 조성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저변 확대를 위해 투자한다. R&D분야에도 지난 해 440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빅데이터 플랫폼, 사물인터넷 센서 개발 등에 투자 확대를 추진한다. 내년 하반기 에너지밸리 기업개발원 준공 및 전남·광주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SW융합 클러스터의 AR·VR, 드론 등의 실증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투자처 및 과제 발굴을 서두르고 있다.

지능정보화에 의해 경제나 기업 매출에 정량화되지 않는 막대한 사회적 잉여가 발생한다. '디지털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디지털 자본은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과정에 필요한 요소자원이다. 서버, 라우터, 소프트웨어, 온라인 플랫폼 등의 유형자산 뿐만 아니라 누적된 디지털 정보, 빅데이터 분석 역량,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의 무형자산까지 모두 포함한다.

거두기 위해서는 뿌려야 한다. 1000조원에 이르는 유동자금과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투자처로 끌어내야 한다. 에너지 분야의 신산업 투자가 산업의 마중물이다. 당장의 경제성 보다는 미래의 산업기반 확충과 경쟁역량을 강화하는 데 그 의미가 크다. 투자를 통한 산업현장과 사회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디지털 파괴의 기세가 맹렬하다. 디지털 자본을 축적하지 못하면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태될 수도 있다. 신산업 투자가 '수요가 있어야 공급을 한다'는 기존의 경제 프레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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