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마크 블라이스 저/이유영 역/부키/2만2000원

'긴축'이 모든 경제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우리는 매일 언론을 4대강이나 문화융성 등 억 또는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 정책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 '복지'가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점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특정 분야의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이를 어떻게 마련할까? 증세를 선택하는 나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빚을 만든다.

이미 수년간 하위 소득 계층은 상위 계층이 초래한 문제의 해결 비용을 지불하며 사회를 지탱하고 있기에 그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울 생각을 가진 용감한 관료, 정치인은 많지 않다. 그리고 이런 풍토는 필연적으로 정부 부채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은 부채에 대한 해법으로 '긴축' 카드를 고민 중이다.

'긴축'은 서구에서는 아주 친숙한 단어인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무척 낯설다. 이제껏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긴축이나 국가부채보다는 재원 마련을 통해 국가가 최대한의 역할을 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왔다.

이는 최근 두 정권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규모 토목 사업과 문화 사업에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여했고 이는 고스란히 국가재정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여기다 국가부채가 늘고 있다는 경고가 학계나 언론에서 간간히 나오기 시작하자 국내에서는 '긴축'에 대한 염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 역시 이를 외면할 수준은 아니므로 저러한 지적이 무조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에서 국가부채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막대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위기 등 언제든 대규모 불황으로 번질 수 있는 도화선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부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관리로 인한 긴축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는 나쁘며 긴축정책이 국가신뢰도를 높여 투자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절대적 생각에 경종을 울린다.

특히 국가부채에 대해 막연한 도덕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긴축의 목소리가 힘을 받기 쉽고, 사태를 잘못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과 2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예를 들어 우리가 왜 긴축을 하게 됐는지, 3장과 4장에서는 긴축의 지성사, 5장에서는 긴축의 자연사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저자는 1930년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험부터 최근 유럽이 겪은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며 긴축이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단히 위험천만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후 유럽의 위기가 진정된 진정한 이유와 그것이 실상을 외면하고 허상에 의해 구축된 모래성이라 주장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앞으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독자나 앞으로 우리나라에 불어닥칠 경제 흐름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독자라면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를 통해 경제를 넓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장윤원기자 c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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