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지은 뒤 입주자 모집
HUG, 최근 연구용역 발주
비용부담 커져 업계 난색

주택 후분양제 도입 논쟁이 재점화됐다. 그러나 건설사와 수요자의 자금부담이 커지는 데다 수요자는 분양권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 실현이 불가능해지는 등 기존 주택구매 생태계 전체가 바뀌는 문제인 만큼 도입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과 건설업계에서는 후분양제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말 후분양제와 선분양 시 사전입주 예약제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건설사가 주택을 80% 이상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해야 하고, 완공 전 분양할 경우 소액을 내고 예약한 뒤 본계약 여부를 1∼2년 후에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 들어서는 정부가 연초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후분양 보증과 대출금액 확대, 수수료율 인하 등 자발적 후분양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HUG가 17일 발주하는 주택금융시스템 발전 방안 연구용역에 '후분양제 도입의 장단점 및 시장 영향에 대한 분석'을 포함키로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후분양제 의무화 논의가 공론화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금융당국의 집단대출 압박으로 시장이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비용 증가로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시스템 보완과 공적 보증기능 확대 등 정부의 전반적인 주택 공급시스템 개편이 선행된 뒤 후분양제가 점진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견본주택을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지어진 집을 보고 주택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요층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겠으나 분양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금융 비용이 많이 들어갔는데 미분양이 나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사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수요층을 대상으로 대출규제를 완화해주는 등 금융 불안을 해소해주면서 점진적으로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점진적으로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재무 상황에 따라 집단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시공 능력이나 브랜드 인지도, 주택 입지 등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상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