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토양 등 외부 배출·소각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콘크리트, 토양, 오수 등 방사성폐기물을 무단으로 폐기하거나 배출, 소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강화된 정부의 원자력 안전대책을 무색케 한 사건으로, 안전 불감증과 연구자의 도덕적 해이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 내 원전 제염해체시설을 대상으로 방사성폐기물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원자력안전법에 규정된 방사성폐기물 처리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원자력연 내 핵연료재료연구동,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 금속용융시설 등 3곳에 대한 21차례의 현장조사와 50여 개의 시료 분석, 20여 명의 관계자 면담 등으로 진행됐다.

우선 지난해 11월 핵연료재료연구동 배수로 공사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150㎏)을 외부로 반출·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원자력연은 지난달 반출한 콘크리트를 회수해 연구원 내에 보관하고 있다.

또 서울 공릉동 연구로 해체 시 발생한 콘크리트 2톤과 토양 폐기물 200ℓ(드럼 58개)를 자체 처분신고와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고 연구원 내 야산에 방치·매립했다. 또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과 비닐 등을 일반 쓰레기로 2011년 5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한 달에 20ℓ씩 배출했고, 이중 일부(500ℓ)는 가열로에서 임의 소각했다. 아울러 방사성폐기물 제염과정에서 발생한 재생수를 우수관으로 무단 배출하고, 제염 실험 때 착용한 작업복 세탁수도 일반 하수도로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허가를 받기도 전에 우라늄과 세슘 등 100톤 가량을 녹여 처리했고, 허가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폐기물을 무단 소각하는 한편 가연성폐기물 처리시설에 설치된 배기가스 감시기의 측정기록 중 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한 부분을 기준 미만치로 조작·제출하는 불법을 저질렀다.원안위는 현재까지 분석 결과 무단 폐기된 콘크리트와 토양 등이 원자력안전법상 자체처분 허용농도 미만임을 확인했으며, 외부로 배출된 액체방사성폐기물은 배출관리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추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원자력연에 행정처분을 취하고, 방사성폐기물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경 원자력연 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책임자 처벌은 물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포함해 철저히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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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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