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유전시추업체 시드릴
유동성 위기 몰려 파산 가능성
삼성중공업 등 악영향 우려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조선업계가 연초 선박 수주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다시 불거진 해양플랜트 악재로 좌불안석하고 있다. 세계 5위권 시추선사인 노르웨이 시드릴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오는 3월 드릴십(이동식 원유 시추선) 2기를 인도할 예정인 삼성중공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유전 시추업체 시드릴은 최근 채권단과 신규자본 확충, 차입금 만기 연장 등 재무구조 개선안을 두고 협상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시드릴은 엑손모빌이나 BP 등 세계적인 석유업체를 대신해 심해 석유를 전문으로 탐사하는 업체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주요 발주처다. 심해 시추선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이던 시절에 각광 받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시드릴 등 관련 업체들은 실적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시드릴의 유동성 위기가 국내 조선소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드릴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한 설비는 5척으로, 금액은 약 27억달러(약 3조원)다. 이중 오는 3월 드릴십 2기의 인도하는 삼성중공업이 먼저 시험대에 오른다. 시드릴 측은 현재 인도 연기를 요청하지 않았지만, 삼성중공업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선수금 30%를 확보했다. 시추선 인도에 실패할 경우 드릴십 가격의 70% 이상에 팔면 건조 대금을 회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50척의 선박을 인도해 2조원의 건조대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시드릴 관련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심해 시추설비의 가동률이 70%대에 불과한데다가 시추선의 용선료(임대료)가 반 토막 나는 등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는 2018년과 2019년에 드릴십 1기를 각각 인도하는 대우조선은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드릴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불확실성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시드릴에서 2015년 9월 발주 취소를 통보받고, 현재 영국 법원에서 중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미 2015년 3분기에 손실을 처리한 상태여서 추가영향은 없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드릴십이나 반잠수식 시추선의 수주잔량이 없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드릴십은 선박 인도 시점에 계약 대금의 대부분을 받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큰 현시점에서는 수주잔량을 보유한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선박 인수 업체의 재무사정에 따라 조선소들의 실적이 시장의 예측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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