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보의 홍수시대에 가짜뉴스(Fake news)가 난무하고 있다. 뉴스의 형태를 띠고 내용을 허위의 사실이나 편향된 사실로서 꾸며 SNS나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언론처럼 퍼뜨리는 형태이다. 기술의 발전과 SNS나 뉴스를 접하는 사회 풍조와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추구하는 행태가 맞물리면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뉴스가 창궐하고 있는 현실은 디지털 환경에서 거짓 정보의 생성과 확산이 스마트기계에 의해 증폭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미 대선에서 실감한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실로 컸다. 유명 언론을 흉내 낸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이 공유되면서 미국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는 이런 가짜 콘텐츠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데 플랫폼의 역할을 한 것이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미 대선 전 페이스북에서 가장 흥행한 주류 언론의 뉴스와 가짜 뉴스 20개를 비교한 결과 진짜 뉴스에 달린 댓글과 좋아요, 공유를 합친 수치가 20%이상 가짜뉴스가 더 높았다. 가장 흥행한 가짜뉴스 20개 중 17개가 트럼프 후보에게 우호적인 기사였는데, 이런 가짜뉴스들이 워싱톤포스트, 뉴욕타임스 같은 전통의 유력미디어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출시한 인공지능 채팅로봇 테이는 "9·11 테러는 유대인들이 조작한 것", "홀로코스트는 과장된 것"라는 막말과 거짓을 쏟아내다가 서비스 개시 하루 만에 퇴출당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찌라시와 메모의 형태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주로 유통되던 '허위사실'은 언론기사의 외피를 쓰고 보다 더 정교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뉴스소비가 모바일중심으로 이뤄지고 양극화가 심한 국내의 상황에서는 가짜뉴스가 계층간, 이념간 진영논리로써 악용돼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 불안을 조장할 여건이 충분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기사작성 웹사이트들은 기성 언론사의 제호와 헤드라인, 기사폰트를 그대로 흉내 내 번듯한 정식 기사처럼 쉽게 만들어낸다. 카카오톡이나 온라인커뮤니티 등 폐쇄형 SNS들은 가짜뉴스의 손쉬운 발원지가 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의 대중화가 가짜뉴스 현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지만 결국 가짜뉴스를 생성, 유포, 확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가치중립적인 기계는 스스로 사람을 속이거나 거짓정보를 자동 생성해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시킬 동기가 없다. 특정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기계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알고리즘을 작성한 사람이 가장 큰 잘못이 있는 것이다. 자극적인 정보로 클릭을 유도하여 방문수를 끌어올리고 광고수익을 높일 수 있는 가짜뉴스는 특정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기획하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 끼리 공유하며 더 특정 믿음이 강화되고 플랫폼을 통해 널리 확산되는 메커니즘을 가졌다. 가짜뉴스는 특정사안을 진짜로 믿고 싶은 이들에게 널리 퍼지고, 확산될수록 진짜 뉴스로서의 힘을 얻는다. 결국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며, 믿고 싶은 부분만 믿고 싶어 하는 선택적 인지심리와 경제적 동기가 가짜뉴스 현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짜뉴스를 줄이는 방법은 기술의 문제보다 사람의 동기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자신들이 가짜 뉴스 유통의 플랫폼이라는 비판에 개선책을 마련했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가짜 뉴스를 누르기 전에 가짜 뉴스임을 알려주는 표지를 달고 있다. 구글은 가짜 뉴스 사이트에 광고가 달리지 않도록 해 경제적 유인을 없애는 등의 알고리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은 초기화면에 가짜 뉴스나 허위정보의 경고문을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그 위험성을 인지시키고 있다. 가짜 뉴스를 적발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은 '사실 검증'(팩트체킹)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폴리티팩트(Politifact.com)', '팩트체커(The Fact Checker)', '팩트체크(Factcheck.org)' 등의 팩트체커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알고리즘을 통해 사안별로 조회하고 있다. 이런 방안들은 다분히 기술기반적 접근으로 가짜뉴스의 폐해를 줄일 수 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

뉴스는 본질적으로 객관적 현상과 주관적 판단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기계와 알고리즘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을 검증해 거짓을 밝혀내는 작업 절차를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간소화할 수 있으나, 최종적 판단은 사람의 몫이고 뉴스를 수용하는 사회전체의 문화에 달려있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막는 길은 흘러넘치는 정보 속에서 좋은 정보와 가짜 정보, 좋은 미디어와 사이비 언론을 구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비판적, 창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절제된 미디어 리터러시가 모아져 사회적으로 성숙되고 건전한 온라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최근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는 기술을 나쁜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기존 법규의 허점과 사람들의 느슨한 정보 수용 관행의 맹점을 노린다는 게 공통점이다.

인공지능이 스마트화되어가고 지능화돼가지만 기술 자체로 거짓말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짜뉴스가 특정의 나쁜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용자들의 기술 이해가 더 깊어져야 하고 뉴스미디어의 공적책무를 강화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시급히 규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인터넷문화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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