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망 중소·벤처기업들이 러시아와 핵심 원천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고 투자를 유치하도록 돕는 장인 '2016년 유라시아 기술혁신 파트너십 사업' 행사가 지난해 12월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와 카잔에서 개최돼 참석했다.
주러한국대사관, KOTRA 러시아무역관, 한러과학기술협력센터(KORUSTEC)와 러시아벤처기금(RVC), 스콜코보재단, 기술개발청(ATD), 전략계획청(ASI), 러시아엔젤협회(NABA), 타타르스탄 벤처기금, 타타르스탄 상공회의소 등 한국과 러시아의 각급 기관이 공동으로 주관해 신생기업과 중소기업인 및 관련 기관 간 네트워킹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상호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러시아의 겨울 날씨에 대해선 익히 들어온 터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음에도 모스크바의 이국적 겨울풍경에 적응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지만, 타타르자치공화국 수도 카잔으로 가는 시베리아 횡단 야간열차에 올라 달빛이 비추는 벌판에 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용맹한 타타르 용사가 말을 타고 달렸을, 그리고 닥터 지바고가 자유와 사랑을 찾아 헤맸을 시베리아의 겨울을 체험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냉전시대에 막강한 정치 군사력을 배경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중심이었고, 연방 붕괴 이후에도 동유럽의 맹주로서 탄탄한 기초과학과 오랜 기간 축적된 인문학적 토양, 그리고 풍부한 천연자원과 광활한 영토를 근간으로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머지않은 미래, 통일 이후 영토와 영해를 맞대고 외교의 직접 당사자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러시아와 정치·군사·안보분야는 물론 자원과 기술협력의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 영역까지 교류 범위를 확장하고 강화해야 하는 절대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의 과학기술은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물리학·생물학·화학·수학 등 기초 순수과학 분야와 우주공학·생물공학·화학공학 등 일부 첨단과학 분야는 고도로 발달했으나 이를 응용하고 상업화하는 응용기술은 낙후돼 있고 특히 소비재 산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러시아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응용기술에 대한 자체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선진국으로부터 필요 기술을 도입하는 합작투자 및 경제협력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응용기술 분야에서는 괄목할 성장을 이루고 있는 반면 기초과학기술이 취약해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우리의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와의 동반성장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러시아와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미래 산업의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더욱이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거대한 시장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경제발전을 위한 최적의 동반자로서의 서로의 역할을 인식해 실효적인 협력 방안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만들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한다.
과거 외교의 대상이 군사·안보 등에 국한돼 단순한 사안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경제·사회·문화 분야로 대상이 다양화되고 복합적인 형태로의 유기적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이는 외교 전담부서를 주축으로 한 공공기관 중심의 외교로는 이 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지고, 좋은 결과도 기대하기 힘듦을 의미한다. 민관이 상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공동의 목표를 발굴하고 역할을 합리적으로 분담해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연말에 열린 유라시아 기술혁신 파트너십 사업 행사는 의미가 컸다. 양국의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마련한 행사로,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고 정례화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