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있었던 '2016 외국인 발명창업대전'에서 '프로그래밍 학습용 모형 자동차'라는 발명품으로 금상을 수상한 이후, 기술 창업과 관련한 질문을 받거나 조언을 부탁받는 일이 많아졌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한국에서의 기술 창업을 꿈꾸는 외국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국민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창업'이라는 무대에 서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언어'라는 기본적 장벽부터 비자 문제와 경영에 필요한 법률용어 습득까지, 첩첩산중을 넘어야만 겨우 사업자등록증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산을 넘는 지난한 과정 중 어느 것 하나 건너뛸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누렸던 안정적인 직장과 보장된 삶을 뒤로 하고 낯선 땅, 대한민국에서의 창업을 선택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두렵고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지난달 세계경제포럼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보유한 나라 1위'로 꼽혔을 정도로 명실상부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나에게 늘 새로운 도전을 자극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한국에 와 가장 첫 번째로 맞닥뜨렸던 문제는 여타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비자 관련 이슈였다. 현재 내가 창업이민 인재양성 프로그램(이하 OASIS)을 통해 취득한 기술창업비자(D-8-4 비자)를 알기 전까지는 비자 발급에 대한 명확한 정보조차 얻기 어려워 곤욕을 치렀다.
한국에서 사업자등록을 진행하는 과정 역시 외국인인 나로서는 난관이었다. 자국민에게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는 과정에 있어서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되므로 시간은 물론 비용 면에서도 큰 부담 없이 사업자등록을 진행할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온라인을 통한 사업자등록 시스템이 원활히 제공되지 않는 실정이다. 당시 한국에서 사업자등록 과정과 관련해 도와줄 인맥 하나 없었던 나는 결국 수천 달러의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하고 나서야 사업자등록을 완료할 수 있었다.
독립된 사무실을 갖추는 일 역시 재한 외국인인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정부에서 IT 관련 창업자들을 위해 지원하는 사무실은 있었지만, 보안을 담보할 수 있는 독립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드웨어 개발사인 우리 회사에 최적화된 사무실은 아니었다. 결국 치열한 방법 모색 끝에 서울 글로벌 창업 센터에서 지원하는 독립 사무실에 입주할 수 있게 됐지만, 다른 외국인 창업자들에게 사무실 확보 관련 문제는 아직도 커다란 숙제다.
이처럼 다사다난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한국에서의 성공적 창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OASIS 프로그램 덕분이었다고 단언한다. 재한 외국인의 지재권 출원과 창업 지원을 골자로 한국발명진흥회가 추진하는 OASIS 프로그램은 하드웨어 개발을 통한 창업을 희망하는 나에게 '몸에 꼭 맞는 옷'같은 지원 프로그램이었다. OASIS에서 제공한 비자 관련 정보 및 지원 덕분에 차후에 영주 비자로도 전환이 가능한 기술창업비자가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단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OASIS에서 지원한 한국의 세금·고용노동·특허 관련 법률 자문 역시 안정적인 회사를 꾸려나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줬다. 재한 외국인이 120만 명에 육박한 지금, OASIS와 같은 외국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재한 외국인들에게 더욱 많이 알려져야 함은 물론, 외국인의 창업 과정에 있어서 각 업종 분야 및 국가별로 세분화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확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국제적 위상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외국인 창업자에게 무수한 기회가 있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은 기술 창업자에게는 최적의 국가이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세,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 기회는 누구든 잡을 수 있다. 무수한 도전 끝에 국제도시 서울에서 내 발명품으로 내가 좋아하는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