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연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용동향은 한국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 실업자통계기준이 변경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연평균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10%에 가깝다. 여성 취업자의 증가로 고용률은 미세하게 증가했지만 제조업에서 줄어든 대신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자영업과 일용직에서 늘어났다.

특히 언론은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의 고용이 줄어든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은 1991년 515만명으로 정점에 이른 후 15년 동안 이미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 고용의 탈공업화가 일어난 것이다.

탈공업화는 선진국이 경험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기술발전으로 같은 규모의 생산활동에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인력이 필요 없게 되거나 후발 산업국이 진출함에 따라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퇴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제조업의 취업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글로벌금융위기는 탈공업화 추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제조업의 고용비중은 위기 직전 10%에서 현재 8.5%로 하락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경우 글로벌금융위기 후 탈공업화 추세에 반해 제조업의 고용이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2010년부터 2015년 기간 동안 46만명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뿐 아니라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고용 비중 역시 2009년 16.3%에서 2015년 17.3%로 늘어났다.

어떤 연유로 역(逆) 탈공업화가 일어난 것일까? 필자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작년 제조업 고용이 줄어든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제조업 고용이 그 전년도인 2015년에 비해 감소한 것은 수출부진, 그 가운데서도 극심한 조선업의 침체에 따른 것이다. 오래전 시작했어야 할 산업구조조정이 제때에 일어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 결국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산업구조조정이 더디게 일어났는지 또다른 의문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고용을 수출에서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매우 높다. 공공부문의 취업도 늘어났는데 정부부문의 성장기여율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강요된 구조조정의 고통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제조업이 차지하는 고용비중은 높지 않으며 서비스업이 압도적이다. 숙박, 운수에서 금융, 통신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한 서비스업의 고용은 지속적으로 증가, 현재 전체 취업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업이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데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산업의 부가가치를 측정하는 핵심지표인 총요소생산성은 2000년이 돼서야 비로소 서비스업이 농림어업을 따라 잡았다.

극심한 내수침체에 수출마저 부진하자 고용은 한때 주춤했던 자영업으로 다시 몰리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자영업에 매일 3000명이 창업하고 2000명이 폐업을 한다. 이들은 기업에서 퇴직한 베이비 부머에서 취업을 포기한 청년세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나 숙박음식업, 보건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안정성이 떨어지는 직종에 몰리는 공통점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경기가 부진할 때마다 정부는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정부에 우호적인 전문가들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거들었다. 자신의 저서 Fault Lines에서 중국은 수출에 목을 맨 한국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전 인도중앙은행 총재 R. 라잠의 경고가 새삼스럽다.

그 사이 한국경제를 이끄는 혁신부문은 실종되다시피 했다. 혁신부문의 부재로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경제가 장기침체로 진입함에 따라 그 사회적 요구가 크게 늘어난 복지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중산층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경제의 구조개혁 청사진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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