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행복한 삶에는 일을 통한 성취감과 함께 즐거운 휴식이 있어야 한다. 질 좋은 휴식은 근로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과 가정, 개개인 모두가 여가를 잘 활용하는 방법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서울신문, 2017. 1. 14).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오히려 제대로 쉬지 못하는 국민은 늘어나고 휴일 여가시간은 10년전에 비해 30분이나 줄었다고 한다.
그러니 대통령이야 서류 들여다 보랴 국정을 챙기랴 얼마나 피곤할까.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전 내내 "서류와 씨름하며" 관저에 머물렀다고 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회 증언에서 "대통령은 관저에 있든 집무실에 있든 계신 곳이 곧 집무실"이라고 말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시대에 딱 맞는 답변이다. 언제 어디서나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요즘, 집에 있든 사무실에 있든 집밖에 있든 일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984년은 UN이 정한 '세계커뮤니케이션의 해'였는데, 이 때 필자는 연세대에서 국내 최초로 개설한 뉴커뮤니케이션이란 과목의 강의를 했다. 미래에는 뉴미디어의 덕택에 재택근무(telecommuting)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 30여년이 지나서 대통령이 '재택(在宅)근무'의 선도자가 될 줄은 몰랐다.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영양주사를 맞든지 감초주사를 맞든지 사람들은 저마다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주사 아줌마가 등장하더니 뒤이어 기치료 아줌마가 들락거린 일 역시 청와대는 프라이버시 영역이라 주장한다. 태반주사나 미용주사에도 시비를 걸 생각이 없다. 최순실 덕에 국민들의 의료지식은 크게 늘었고, 안면마비에는 봉침(蜂針)이 좋다는 것까지 알게 됐으니 대통령은 '대체의학(代替醫學)'발전에 기여한 게 아닌가.
비선 의사나 최순실 그리고 미용사나 주사아줌마는 청와대 검문 없이 뒷문으로 몰래 드나들어 보안손님이란 신조어를 낳았다. 국립국어원은 새 용어 정의에 바쁘다. 보안손님 - 검문 없이 뒷문으로 청와대를 출입하는 사람/의무동- 청와대 안에 있는 대통령 전용 진료소/의무실 - 청와대 근무하는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소. 대통령은 윤택한 국어생활에도 일조했다.
또한 박대통령은 길라임주사와 줄기세포 치료에 앞장서서 '첨단(尖端)의학' 발전에 이바지했다. 길라임주사란 무엇인가? 강력한 안티에이징 및 미백, 체중조절 그리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3가지 영양주사를 묶어서 부르는 이름인데, 태반주사, 백옥주사, 슈퍼신데렐라주사다. 또 최순실과 김기춘 등이 차움병원에서 받았다고 알려진 줄기세포 치료는 노화방지 등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작년 6월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조건부허가된 것이다.
이렇듯 패션 머리 미용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대통령이 리프팅(lifting)을 외면할 리가 없다. 리프팅은 수술 없이 간단한 방법으로 동안(童顔)을 만드는 쁘띠 시술이다. 필러, 보톡스와 함께 리프팅이 여성의 관심을 끈다. '녹는 실'을 이용하여 얼굴, 복부, 팔 등의 늘어진 부위를 탄력 있고 자연스럽게 복원시키는 것이 실 리프팅이다. 과연 박대통령은 '성형(成形)왕국'의 여왕답다.
우리는 보통 '몸의 건강이나 기분 따위의 상태'를 컨디션이라고 하지만, 영어 condition은 병이 있거나 치료가 어려운 상태나 의학적으로 신체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state는 정신적 상태를 가리키지만 condition은 The patient is in critical condition(환자가 위독하다)처럼 "신체상의 문제, 곧 아픈 상태나 병"을 뜻한다. 그러므로 오늘 컨디션이 나쁘다는 I don't feel well today, I'm not in good shape today 등으로 말해야 한다.
대통령의 사생활은 제한적이다. 관저에 있었느냐, 집무실에 있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세월호의 절체절명 위기상황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밀애설, 성형설 등 온갖 풍문에 맞서 왜 스스로 '실종7시간'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총리, 안보실장, 안전행정부장관, 해양경찰청장은 이 시간에 무얼하고 있었는가? 이들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