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수입 불허·롯데 제재 등
중국 한국상품 통상규제 현실로
미국도 반덤핑 규제 강화 추세
'최순실 게이트' 발 재계 위기도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중국 전역에 이른바 '한한령(한류 확산 금지정책)'이 확산하면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미국은 자국 내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물건을 팔 수 없다고 투자를 강요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점점 다가오는 중국의 사드 보복=중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통상 보복 조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중국은 이미 여러 방식으로 우리 산업을 압박 중이고 앞으로가 더 무섭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은 한국 제품을 상대로 통상 규제를 크게 늘리는 중이다. 우선 중국 상무부는 올해 초 LS전선과 대한광통신 등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한국산 비분산형 단일모듈 광섬유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5년 연장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산 폴리아세탈과 폴리실리콘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하고 있다.

수입 금지와 보조금 제외 등 비관세 장벽도 다양하다. 중국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고, LG화학과 삼성SDI 등 배터리업계는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삼원계 배터리의 전기버스 보조금 제외, 모범 기준 인증 탈락 등으로 인해 중국 공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최근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는데,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중의 19개가 애경 등 유명 한국산 화장품이었다. 중국은 또 지난해 말 국내 항공사들이 신청한 1월 전세기 운항 신청을 모두 불허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중국에 무역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답변은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조치는 없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관련 협의를 계속하자"는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소위 '한한령'의 확산이다. 중국 정부는 한류 연예인의 드라마·예능 출연과 중국 현지 공연을 제한하고 한국산 제품의 TV 광고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구두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진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최근 중국 증권망 등 현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국 현지 기아자동차 딜러사 100여곳이 판매량 감소에 대해 24억위안(약 4142억원)의 손실 보상금을 요구했다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중국 내 한한령은 이미 기정사실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보호무역 확대…중국 압박 '패키지'=미국의 통상 압력은 자국 산업 육성과 대 중국 견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중국 견제용으로 우리나라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각각 52.5%와 32.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이에 대비해 미국 수출 제품의 생산공장을 베트남 등 중국 밖으로 옮겼지만, 문제는 추가 통상압력의 가능성이다. 미국은 과거에도 중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부 국내 철강 제품에도 적용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차원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통상 압력으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비준 지연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수입 고관세 부과, 한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연 등이 꼽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대선 공약의 이행 강도에 대해 판단하기에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신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보다는 세계교역과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비중을 늘리는 방안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뿐 아니라 멕시코산 수입품에도 관세 폭탄을 매길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본토 내에 생활가전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정부가 TPP와 NA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현지 공장 생산 외에는 방법이 없어서다.

자동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년 간 투자금액(21억달러)보다 약 10억달러 늘어난 31억달러를 앞으로 5년 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측은 기존 미국 공장(현대차 앨라배마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신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 발 오너리스크 공포 확산=이처럼 대형 악재가 외부로부터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지만, 주요 대기업들은 오너 리스크 공포에 사로잡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수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대가성 지원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고, 특검의 수사는 SK와 롯데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재판부가 삼성이 낸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204억원)'을 뇌물로 간주한다면, 이들 두 재단에 총 774억원을 낸 53개 대기업 전체가 모두 수사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부회장에 이어 다른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될 경우 정상적인 경영 결정이나, 수십조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 글로벌 인수합병(M&A), 신규인력채용 등 모든 기업활동은 사실상 멈춘다.

이미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59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5%가 내년도 경영계획 기조를 '긴축경영'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오너리스크까지 발생하면서 기업들의 투자는 더 위축할 전망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전국 제조업체 2400여곳을 조사해 9일 내놓은 1분기(1∼3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68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2분기(65)와 비슷한 수치로 떨어졌다.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역시 2013년 1분기 이후 4년 만의 최저치인 89로 집계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 모두 공백과 혼란을 조기 수습하고 대외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 -
박정일 팀장, 박병립 기자
양지윤 기자, 노재웅 기자
박슬기 기자, 김은 기자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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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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