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 외교부도 못한 일을 알리바바의 마윈이 해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거의 막말수준으로 중국을 혐오하던 장사꾼 트럼프가 한번에 얼굴색을 홀랑 바꾸었다. 바로 중국의 장사꾼 마윈을 만나고 나서다. 약삭빠른 일본 아베총리가 방문했을 때도 트럼프는 건성으로 회담하고 보냈는데 일개 장사꾼에 불과한 알리바바의 마윈회장이 방문하자 회담 후 1층까지 내려와 마윈을 배웅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도대체 마윈은 거만한 트럼프에게 무슨 소리를 했을까? 트럼프, 미국기업을 협박해 강제로 공장을 이전하게 만들어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 트럼프에 밉게 보여 4년간 괴로울 것을 대비한 보험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수십억달러를 멕시코가 아닌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자동화된 자동차, 가전 공장은 고용효과가 기껏해야 공장 하나당 수천명 수준이다. 그런데 중국의 전자상거래의 대부 마윈이 트럼프의 귓구멍을 뻥 뚫어주는 제안을 한 것이다. 향후 5년간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미국의 중소농업인들의 제품을 올려 중국의 중산층이 소비를 하게 해서 "5년간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트럼프, 선거공약 때 중국이 5만개의 미국기업을 죽였고 700만개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떠들었지만 중국정부는 아무 반응도 없었고 오히려 "45% 관세보복 할 테면 해라"라고 대들었다. 그런데 중국의 2대 부호 알리바바의 마윈회장이 찾아와서 중국이 뺏어간 일자리 1/7을 5년 안에 해결해 주겠다고 큰 소리 친 것이다.

마윈의 설득은 간단했다. 중국은 지금 제조대국이 아니라 소비대국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고 3억명의 중산층이 소비예비군으로 대기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의 농산물을 중국의 중산층에 팔아주겠다고 한 것이다. 중국의 중산층은 현재 3억명에서 5년내에 4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중국, 트럼프의 마음을 산 비결은 한 자리수와 세 자리수의 차이다. 일본의 아베총리, 일본의 최고부호 손정의도 트럼프를 만났지만 트럼프가 환하게 웃으면서 엄지 치켜 들고 1층 엘리베이터까지 내려와서 전송하지는 않았다.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일본의 손정의는 4년간 500억달러 투자해 5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마윈은 아무 투자도 안하고 중국의 7억2000만명의 인터넷 플랫폼에 미국 농산품을 올려주어 5년간 100만개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고 했다.

100억달러 투자보다 100만개 일자리에 관심 많은 트럼프의 속내를 마윈은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다. 10억달러 투자하겠다는 크라이슬러, 100억달러 투자하겠다는 토요다, 500억달러 투자하겠는 손정의를 제치고 트럼프의 환대를 받은 것은 맨손으로 트럼프 궁전으로 처들어간 마윈이다. 이런게 전략이고 묘수다.

마윈을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고 트럼프를 중국혐오론자에서 애호가로 한방에 바꾼 중국의 비밀병기는 무엇일까? 마윈의 배후에는 정당이 하나 있다. 그 당의 이름은 "듀오쇼우당, 손을 짤라 버리는 당"이다.

"듀오쇼우당"은 온라인 쇼핑 중독자들을 말하는 중국의 신조어다. 쇼핑중독을 혐오해 키보드를 두드리는자기 손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표현이 바로 "듀오쇼우"다. 중국의 7억2000만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3억1000만명의 모바일 가입자가 바로 8750만명의 공산당원보다 더 센 "듀오쇼우당" 당원들이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중독자"들이 트럼프를 이겼다!

증기기관은 석탄이 많았던 영국에서 발명되었지만 꽃은 고속도로가 가장 긴 미국에서 꽃피었다. 결국 기술을 죽었다 깨어나도 시장을 못 이긴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발명됐지만 꽃은 정보고속도로가 가장 긴 중국에서 꽃필 가능성이 크다. 안하무인의 미국 대통령도 굽신거리게 만든 것은 바로 중국의 네트워크의 힘이다. 사드로 고전하는 한국의 대중국 공략의 묘수, 제조가 아니라 중국의 네트워크에 올라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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