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방향 토론회' "전기요금 평균 5.4% 인상해 에너지 소비 왜곡 개선해야" LNG·등유 등 세제 완화 제기 "원전 확대로 신재생 위축" 지적
[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전기요금을 인상해 확보한 재원으로 친환경 신재생 발전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와 원전에 의존하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밝은 내일을 위한 에너지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중단기적인 세제 개편을 통해 세율을 재조정하고 외부비용 등을 반영한 에너지세를 도입해 에너지 안보 확보, 환경 보전, 안전 개선 부문에 적절히 분배해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너지 세제는 에너지믹스(에너지원별 구성비) 수단인 동시에 재정 확보 수단이라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전 안전, 송전시설 보강, 환경성 등 사회적 비용을 전기요금에 단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나치게 저렴한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해 에너지 소비의 왜곡을 개선하고 급증한 산업용 전력수요를 감안해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가장 높은 인상 폭을 적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함께 발전용 유연탄을 개별소비세 과세에 포함하고 LNG(전기 대체재), 등유(서민 연료)에 대한 세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피력했다. 그는 "유류에는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 전력에는 거의 면세 수준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며 "LNG는 유연탄에 비해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인 발전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연탄과 LNG의 개별소비세는 ㎏당 각각 24원, 60원이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15년 4.5%에서 2029년 11.7%로 증가하지만, 2030년 세계 전력믹스를 보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8.1%다. 이 교수는 "원전 확대 정책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을 위축시키고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의 확대는 비싼 신재생에너지의 축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창섭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교수도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여건이 변화해 8차 계획 논의에서는 친환경, 안전, 형평성을 고려한 저탄소 전원확보가 핵심"이라며 "환경·안전의 통합고려는 세제 인상이 불가피해 요금의 '인상 및 변동성'의 불가피성을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그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안전비용을 늘린 상황에서 요금을 유지 또는 인하하면 전력시장이 왜곡되고 전력산업이 '좀비화'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야당 역시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국민의당)은 "앞으로 에너지정책은 신기후체제, 에너지 안보,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가 전력종합시책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 및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도록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지난해 6월 발의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올해는 앞으로 15년간(2017~2031년) 에너지정책의 기반이 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다. 이 계획은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력설비와 전원믹스(전체 전력생산에서 비재생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를 설계하는 것으로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올해는 연말까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고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 등 위험 부담을 이유로 들며 이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주형환 장관은 지난 9일 한국전력 업무보고에서 전력 수급 관리를 철저히 당부한 바 있다. 업계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국면에 따라 차기 정부의 의지가 에너지 시장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슬기기자 se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