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에너지정책의 추진 방향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학계에서 에너지 세제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에 따른 재원으로 친환경 신재생 발전의 투자를 확대해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도를 낮추자는 주장이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국민의당)은 10일 국회에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한 첫 토론회를 열었다. 앞으로 15년간(2017~2031년) 에너지정책의 기반이 되는 이 계획은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력설비와 전원믹스(전체 전력생산에서 비재생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를 설계하는 것이다.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수립하는데 올해는 연말까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고해야 한다.

야당은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장병완 위원장은 "올해는 미래 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8차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되는 시기"라며 "앞으로 에너지정책은 신기후체제, 에너지 안보,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가 전력종합시책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 및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도록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지난해 6월 발의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날 토론회 발표자로 나선 김창섭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여건이 변화해 8차 계획 논의에서는 친환경, 안전, 형평성을 고려한 저탄소 전원확보가 핵심"이라며 "환경·안전의 통합고려는 세제 인상이 불가피해 요금의 '인상 및 변동성'의 불가피성을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그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안전비용을 늘리고 요금을 유지·인하하면 전력시장이 왜곡되고 전력산업이 '좀비화'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전기 가격이 1차 에너지인 유류 가격보다 낮은 국가는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며 "지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시행했지만 여전히 에너지 상대가격의 왜곡이 심각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에너지믹스(에너지원별 구성비) 실패의 근본적인 이유로 이 교수는 현재 에너지 과세 구조가 전력 대비 수송용 연료에 과도한 세금부담, 수송용 연료간의 과세 불균형, 위험성이 큰 원자력, 오염 가능성이 높은 유연탄 등 발전용 연료의 세제 우대로 이어졌다는 점을 꼽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교수는 중단기적인 세제 개편을 통해 세율을 재조정하고 외부비용 등을 반영한 에너지세를 도입해 에너지 안보 확보, 환경 보전, 안전 개선 부문에 적절히 분배해 사용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안했다. 에너지 세제는 유류, 석탄, 가스, 전기 등 최종 에너지원 가격과 원자력, 유연탄, 가스 등 발전원의 발전단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에너지원 가격과 발전단가는 국가 에너지믹스 및 전력믹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세제는 에너지믹스 수단인 동시에 재정 확보 수단이라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 등 리스크 부담을 이유로 들며 이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주형환 장관은 지난 9일 한국전력 업무보고에서 전력수급 관리를 철저히 당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국면에 따라 차기 정부의 의지가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슬기기자 seul@dt.co.kr

토론회 발표자와 패널들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밝은 내일을 위한 에너지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포럼 에너지 4.0 제공>
토론회 발표자와 패널들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밝은 내일을 위한 에너지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포럼 에너지 4.0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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