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전문가의 보이스피싱 체험기
S은행 여신영업부 직원이라며
"이자비용 줄일수 있다" 제안
다양한 상황별 대처법도 치밀
신용정보원·보증재단 등 사칭



#조원희 지란지교소프트 이사에게 지난해 말 대출 안내 전화가 걸려왔다. 개인정보보호 전문가인 그는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인 것을 눈치채고 범행수법에 대해 직접 추적해보기로 했다.

8일 지란지교소프트(대표 오치영) 개인정보보호센터가 본지와 함께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시도를 공동 취재한 결과 범행 일당이 상당한 수준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상태에서 다양한 상황별 대처법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범행 조직은 자기를 'S은행 여신영업부'라고 밝히며 "서민 자금 지원 예산이 많이 남아서, 조건만 맞으면 고금리 대출상품을 대환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 이사는 "서민 기준보다 금융자산이 더 있는데 괜찮나요?"라고 답하자, 그들은 준비한 대응 방안(탬플릿) 대로 "연말이라 예산이 많이 남아 한시적으로 소득기준이 풀렸다"고 둘러댔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계속해서 조 이사의 대출 이력을 읊으며 설득에 나섰다.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로 이미 금융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점이 확인됐다. 이들은 확보한 정보로 피해자를 속인 후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데 필요하다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승인번호를 보낼 테니 이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응하자 범행 조직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6000만원을 4.2% 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다"며 "대신 카드 대출이나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해 신용등급이 깎여야 이용할 수 있다"고 꾀기 시작했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자 '고금리 대출에 허덕이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렇게 대출한 금액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면서 이들은 한국신용보증재단 심사부, S카드 법무팀 등을 사칭하며 범행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신용정보원, S은행, 신용보증재단, S카드 관계자 등의 번호로 제시하거나 표기한 연락처는 모두 실제 연락처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동통신사, 은행·보험 등 금융사 등에서 일부 직원이나 협력업체 관계자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 이사는 "당해주기로 작정하고 덤벼든 것이지만, 사실 보이스피싱 사기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경우 그들의 탬플릿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 은행이나 카드사 등 관련 기관이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전화번호와 직원조회를 친절하게 해주니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운기자 jwlee@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