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 천서편에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을 걱정해 잠도 못자고, 밥도 먹지 못한다는 중국 기나라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이 기나라 사람은 땅이 무너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고 현인에게 묻고, 현인은 땅은 흙덩이가 쌓여있는 것이고, 사방의 빈틈이 완전하게 막혀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기나라 사람의 쓸데없는 걱정과 우려라는 뜻의 기우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지난해 9월 5.8 규모의 강진이 경주 일대에서 일어났다. 땅이 빈틈없이 막혀있지 않았던 모양인지 기우가 기우가 아닌 셈이 돼버렸다. 지난해 6월 세계 6위의 경제대국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지난 8월 국내 부동의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몰락했다. 브렉시트, 물류대란 등을 기우라고 할 수 있을까.
2% 대의 경제성장, 북핵문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EU 약화, 신 보호 무역주의의 대두, 국제유가의 급등, 이집트 등 개도국 환율의 폭락 등 매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기우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결국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1996년 9월 삼성전자는 미국 스프린트와 3년간 170만대, 6억달러의 휴대폰 공급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었지만, 4개월 간의 외상거래를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이 때 삼성전자는 스프린트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을 수출보험에 가입해 회피했고, 그 뒤 애니콜 신화를 창출한다. 가전시장에서 전 세계 1위와 2위를 넘나드는 LG전자도 모든 거래에 대해 수출보험 가입을 전제로 계약을 진행하고,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수입자로부터 담보를 요구하거나 아예 거래를 진행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포스코대우, 한화, SK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사내 규정상 수출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고, 수출보험 가입이 거절되면 대부분 거래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는 모두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2010년 무역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출대금 미회수를 경험한 중소수출기업 비율이 약 25%에 달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25%가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러한 중소기업들을 우대해 수출보험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보상받는 비율도 우대해주고, 보험료도 15% 이상 할인해주며, 보상도 신속하게 해준다. 중소기업 제품을 무역상사가 대행 수출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혜택을 부여한다. 또 무역보험공사는 거래예정 바이어에 대한 신용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중소기업 앞 수출자금 제공을 위한 대출보증, 수출채권 현금화, 환율 위험관리를 위한 보험도 운영한다.
수없이 존재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내 바이어로부터 돈 떼일 걱정을 한다는 것이 과연 기우일까? 올해는 수출보험을 통해 돈 떼일 걱정은 모두 기우라고 단정짓는 그러한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