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코리아
정파정치에서 시민정치로


2017년은 1987년 민주항쟁 30년, IMF 20년, 보수정권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 들불처럼 타오른 광장의 민심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갈구하고 있다. 30년 전 이뤄낸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난 10년의 보수정권을 통해 훼손된 가치를 복구하고, 새로운 광장의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 틀을 만들어야하는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 전환점의 중심에 대선이 있다. 2017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지만 봄 혹은 이른 여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제19대 대선을 지켜보는 국민적 시각과 관심은 여느 때와 다르다.

◇선거일·후보 예측 불가능, 변수 많은 전대미문의 대선= 19대 대선은 유독 예상이 어렵다. 가장 기본 요소인 선거일부터 예측불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여부와 결정 시점에 따라 선거일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또 유력 대권 주자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반기문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과거 유력후보들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는 2011년 지지율이 이미 30%를 넘었다. 하지만 문재인·반기문은 지지율이 30%선에 근접도 못해 유력후보라 칭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조기대선에서는 오히려 다자구도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9대 대선은 짧은 준비기간 안에 수많은 변수를 뚫고 나가야하는 처지다. 변수로는 개헌 논의, 신보수의 탄생, 야권 후보의 난립, 북한의 안보 위협, 돌출 후보 등장 가능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개헌 논의는 잠룡들 결집 고리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마자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전까지 개헌은 4년 중임제 개헌을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 같은 변화는 대선은 다가오는데 유력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력주자가 없어 정치권이 불안해지자 권력 분산형 권력 구조를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 개헌 시도는 차기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개헌을 하려면 4월 정도에는 국민투표를 치러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 따라서 대선 전까지의 개헌 논의는 난립한 대권 잠룡들이 결집하고 정치권이 이합집산하기 위한 '고리'정도로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할까= 개헌이 물 건너 갈 경우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사이의 감정적 앙금을 고려할 때 대승적 결단 없이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단일화 협상 가능성 역시 낮다. 정계는 국민의당이 파란을 불러일으킬 핵심 변수로 꼽는다. 이는 안철수라는 후보가 있고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의당이 최근 타 후보의 제휴를 고려하는 행보를 보이는데 기인한다. 안철수 후보는 촛불 시위라는 호재를 살리지 못한 채 문재인과의 격차를 오히려 더 벌렸고 이재명에게도 뒤졌다. 안철수 카드가 흔들리자 국민의당은 대안을 찾아 반기문, 정운찬, 김종인, 손학규에 연대의 손길을 보냈다. 또 최근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장성민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대선 완주'를 선언해 국민의당의 고심은 깊어졌다.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전 대표가 유력 주자이지만 이재명, 박원순, 안희정 등 잠룡들의 교통정리도 숙제로 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야권 후보 단일화 작업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신보수의 등장 폭탄급 변수= 2대에 걸쳐 지난 10년동안 정권을 이끌어온 보수정당은 박 대통령 탄핵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역자로 전락했고 비박계는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을 창당했다. 개혁보수신당은 안보는 보수, 경제사회정책은 진보를 기치로 내걸어 '새로운 보수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개혁보수신당의 창당은 대선 레이스에서 핵폭탄급 변수로 떠올랐다. 반기문이 기존 정당을 택할 경우 개혁보수신당이 가장 유력하고, 반문세력이 결집한 제3지대 혹은 여당 이탈세력을 모아 제4지대를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반기문을 영입하고 새누리당까지 흡수해 문재인과 겨룰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3지대와의 연대를 통해 유승민 등 자체 후보를 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서 개혁보수신당이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지지를 얻은 점을 고려해본다면 대선 레이스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표'를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발 안보위기 반 총장에겐 호재=대선 게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북한의 위협이다. 북한에 의해 조성되는 위기 상황은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실제로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최초로 핵실험을 강행한 날을 기점으로 박근혜 후보보다 열세였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해 결국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발 위기 심화는 반기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다른 후보와 비교해 반 총장은 안보와 외교적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런 점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광장의 가치 지향 여부=지금까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였다. 지역과 이념적 구도 아래 성패가 좌우됐다. 그러나 그렇게 탄생한 보수정권의 10년 역사가 '탄핵'으로 귀결된 것을 목도한 국민들은 새로운 가치, 특히 광장의 가치를 지향하는 후보들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민주화항쟁 이후 정치 이념을 잊고 각자도생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광장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변화의 시류에, 19대 대선은 새로운 정치틀을 마련하는 주춧돌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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