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후판값 인상 가시화속
선박가격은 10년래 최저 이중고
내년 수익성 악화 불 보듯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철강업계가 내년 초부터 선박 건조용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선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선박 가격은 2004년 이후 최저이지만, 원자재 가격은 뛰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내년 1월 후판 가격을 톤당 12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가 가격을 인상할 경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역시 연쇄적으로 후판 값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주요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재료 인상분을 후판 값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후판 가격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조선업계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선 시황의 악화로 신조선박 가격이 바닥권을 맴도는 상황에서 떠안아야 하는 원자재 비용 부담만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2월 신조선가지수는 123포인트(100 기준)로 2004년 1월(123포인트)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다. 내년에도 신조선가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조선소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이 제조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해 인상이 현실화하면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신조선박 가격도 낮은 상태라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마른 수건 다시 짜기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후판 값 인상이 신조선가를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가뭄으로 표본 수가 작다 보니 신조선가지수 자체가 낮아 보일 수 있다"면서 "후판 값 인상이 선박 가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주사에서 앞당겨 발주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가 수주 공세를 퍼붓고 있는 중국 조선소가 후판 값 인상을 틈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값 상승분을 반영하면 중국 조선소들에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점유율을 방어하면 수익성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로 내년 한 해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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