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작고한 불세출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몸담고 있던 그룹 'Queen'의 노래 중 'The Show Must Go on'이라는 노래가 있다. 어둠 속에서 절망스럽고 힘들어도 우리가 나아가야 하고 자유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노래는 대한민국 역사상 유래없는 작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늦가을의 낙엽처럼, 쓸쓸히 날리는 초겨울의 눈발처럼 처진 우리의 어깨를 일으켜서 앞으로 나아가게 할 자 누구인가.

잠시 시곗바늘을 8개월 전으로 돌려 올 봄을 기억해보자. 추운 겨울이 가고 화창한 봄을 맞아 꽃들이 피기 시작하던 3월 이세돌과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결과는 4:1 패배. 우리 국민들은 이 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성큼 다가온 새로운 기술은 인간을 지배할 것인가, 인류를 발전하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던져줬다. 최근에는 IBM이 개발한 또 다른 인공지능장치인 왓슨(Watson)이 의사를 대신해서 병을 진단하고, 암 진단의 정확도에서 의사를 능가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본인의 생체정보가 인공지능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이 자료를 토대로 방대한 의학지식으로 무장한 '닥터 A.I.'가 정기적으로 건강을 점검해 치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미래형 헬스케어(Health Care) 시스템이 실현될 것이다. 미래형 헬스케어 시스템은 신체에 소형 센서를 착용(Wearable)하거나 삽입(Implantable)해 혈압, 맥박, 혈당 등 여러 생체신호 (Vital Sign)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측정된 자료는 대용량, 초고속 데이터 전송기술로 거리에 상관없이 적절한 의료기관에 전송된다. 해당 의료기관은 입수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성능 인공지능 장치를 활용, 적합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그야말로 최신의 의료, 정보통신기술이 집약된 꿈의 시스템으로 우리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얼마 전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이 게임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속초로 향했다. 바로 '포켓몬 고'(Pocketmon-Go)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세계 각국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이슈가 리우올림픽과 미국 대선에 이어 '포켓몬 고'라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포켓몬은 80년대 일본 닌텐도사에서 개발한 애니메이션으로 80년대 후반 90년대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캐릭터다. 수많은 캐릭터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몬스터를 수집하고 훈련해 박진감 있는 대결도 가능하다. 30여년 전의 캐릭터가 증강현실(AR) 기술을 만나 기존의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 사용자가 직접 포켓몬의 주인공이 되는 일종의 몰입형 모바일 게임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이 게임의 흥행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증강현실이 실제 생활과 접목됐을 때 발생하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다. 가령 어느 지역에서 게임회사와 계약을 맺어 피카추를 비롯한 강한 몬스터 캐릭터들을 많이 배치하고 이것들을 수집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다면 그 경제적, 문화적 파급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 또한 미국 출장길에 직접 이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다. 특정지역에서는 어떤 몬스터로 자랄지 모르는 알(Egg)을 수집할 수 있고 천천히 걸으면 이 알들이 부화돼 새로운 몬스터가 탄생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도시의 다양한 곳을 구석구석 찾아가게 되고 도시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게임 하나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앞서 언급한 두 기술은 기존 기술의 연속선상에서 개발됐다기보다 획기적으로 발전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기술이다. 기존 인공지능 장치들은 사람들이 일일이 데이터를 입력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알파고는 스스로 바둑기보를 학습하고 묘수를 고안해 창의적인 바둑의 수를 두어 나간다. 바꿔 말하면 기계가 스스로 경험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사물을 인지하고 기억하며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알파고는 1000여 개의 중앙처리장치 (CPU)와 250여 개의 그래픽프로세서 (GPU)로 구성된 큰 덩치와 엄청난 전력소모를 요구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공지능 기계임에는 틀림없다. 포켓몬고 또한 기존 게임의 틀을 완전히 깨는 혁신적인 모바일 게임이다. 일부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모바일 게임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게임에 열광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대한민국이 중요한 국정의 방향으로 잡았던 창조경제가 허구였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창조적인 사고방식, 도전하는 자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정신은 여전히 진행돼야만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도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화합물반도체나, 신경망모사(AI) 반도체, 양자컴퓨팅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올 한해 가장 뜨거웠던 두 개의 '고(GO)'에 이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들과 우리 국민들과 산업계, 학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결합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16년도 달력의 마지막 한 장. 이제 다음 주면 올 한해도 저문다. 비록 혼란과 실망 속에 저물고 있지만 국민 모두 여기에 머무르지 말고 나와 우리,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Go!"를 외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쇼'는 계속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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