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를 '신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가 줄기세포 신산업을 '참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공개적인 강요에 복지부가 생명윤리 대신 경제 논리를 선택해버렸다. 윤리성이 의심스러운 거대 의료기업에 미동결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주고 말았다. 비선 실세의 앞잡이였던 경제수석이 앞장서고, 애완견 복제 사업가로 변신한 황우석까지 불러냈다고 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기능적으로 200여 종으로 구분된다. 모두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정보로 만들어진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화된 세포들이다. 특정한 기능으로 분화될 수 있는 상태의 줄기세포는 수정란이 성체로 성장하는 초기 단계인 배아에도 들어 있고, 성인의 뇌·골수·연골·피부 등에도 존재한다. 신생아의 탯줄에 남아있는 제대혈에서도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다.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는 체세포를 역분화시켜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3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을 생산하는 골수에서 발생하는 백혈병이나 다발성 골수증의 치료에 사용되는 골수 이식이 대표적인 줄기세포 치료법이다. 강력한 항암제나 방사선으로 골수와 혈액에 남아있는 암세포를 모두 제거한 후에 건강한 줄기세포가 들어있는 골수를 이식해서 환자의 조혈 능력을 회복시켜준다. 말초혈액이나 제대혈에 남아있는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술로는 완치가 어려운 당뇨병·파킨슨병·심장병·치매(알츠하이머)·척수손상 등의 난치병 치료에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치료법은 좀처럼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환자 자신의 연골에 남아있는 줄기세포로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자가줄기세포 시술을 시험하고 있는 수준이다. 환자에게 줄기세포만 주입하면 난치병이 깨끗하게 고쳐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의 분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부작용을 예방할 수도 없다. 당장 포기해버릴 일은 아니지만 지나친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밖에 없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기술적으로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연구에 필요한 줄기세포를 얻는 과정에 심각한 윤리 문제가 개입된다. 특히 여성의 몸에서 불확실한 기술 개발을 위해 난자를 채취하는 일이 그렇다. 난치병 치료나 국가 경제를 핑계로 여성의 인권을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복지부가 난자를 이용한 연구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여성 연구원으로부터 강압적으로 난자를 채취했던 일이 있었다. 비록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가 충분히 투명해졌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생명 윤리와 여성의 인권과 직결된 규제의 완화를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 줄기세포 치료법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법을 어설픈 노화 방지와 미용의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인류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난치병 치료를 단순한 경제적 '대박'의 수단으로 평가절하해서도 안 된다. 줄기세포 연구는 경제수석이 나설 일이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경제보다 인류의 건강 증진과 과학 발전을 앞세울 정도의 품격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오로지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형 '연구소'에 대한 윤리적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선진국이나 글로벌 스탠더드만 강조할 수는 없다. 비선 실세와 밀착된 의료기업의 연구윤리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연구로 개발된 기술이 사회적으로 용납되고, 경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윤리적 논쟁을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나라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