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사태발 대외 신인도 악영향 정부·채권관 '수수방관' 논란 속 해운동맹, 현대상선 합류 거부 "장기적 육성책 마련 시급" 육상물류·택배시장 안정적 성장 인수합병·해외업체와 계약 주목
2016 되돌아 본 산업계 해운ㆍ물류업
[디지털타임스 박정일·양지윤 기자] 해운업은 올 한해 정부와 채권단의 '견강부회(牽强附會·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로 혹독한 시련의 시절을 보냈다. 정부와 채권단이 해운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부채비율 축소,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라는 구조조정의 원칙만을 고수하면서 산업 경쟁력은 후퇴했다는 평가다.
국내 1위·세계 7위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석달 만에 공중 분해했고, 하나 남은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어정쩡한 해운동맹 가입으로 생사가 불투명하다. 해운업에 대한 큰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금융 관료들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국가 경제의 대동맥인 해운업이 '물류대란' 사태로 무너지는 것은 물론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해운업 구조조정의 초기만 하더라도 한진해운의 몰락을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한진해운보다 한 달 앞서 지난 3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한 현대상선이 침몰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물류대란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선복량(선박의 화물 적재능력)과 경영지표 측면에서 한진해운이 우위였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선복량은 법정관리 직전까지 60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현대상선(40만TEU)의 1.5배에 달했다. 또 올 상반기 누적 적자도 3446억원으로 현대상선(4170억원 적자)보다 손실 규모가 작았다. 자율협약 졸업의 세 가지 조건 중 하나였던 해운동맹 가입 역시 한진해운은 지난 5월 일찌감치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마무리 짓고,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유동성 확보에서 두 회사의 운명이 엇갈렸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1조2000억원에 매각해 법정관리를 모면했지만 한진해운은 부족자금 1조~1조2000억원 중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좌초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추가 유동성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스스로 친 덫에 걸린 점도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사태는 법정관리를 개시한 지 석달 만인 지난 11월 선박 하역작업을 완료하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대한 후폭풍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이 현대상선의 합류를 거부하고, 느슨한 전략적 협력 관계에 그친 것도 정부가 한진해운의 몰락을 방치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사태를 계기로 해운업 구조조정을 개별 기업의 부실보다는 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장기적인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육상물류·택배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 속에서 해외 진출은 물론 인수합병도 활발했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말레이시아 센추리 로지스틱스 인수를 비롯해 라자다그룹과 국제특송 역직구 전담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롯데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인수를 완료했고, 동원그룹은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해 물류 사업을 강화했다.
국내 택배 물량 역시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규모가 커지는 중이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택배 물동량은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20억박스를 돌파해 지난해보다 약 13%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택배 업체들은 드론·전기차 물류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래 시장 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