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해외유통센터' 예산 삭감
문체부 관련 사업 중단키로
업계 "눈치보기 행정" 비난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국회로부터 내년 가상현실(VR) 콘텐츠 사업과 관련한 예산이 대폭 삭감된 문화체육관광부가 결국 지난 1년여 간 준비해온 VR 해외유통센터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1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VR 해외유통센터 사업은 문체부가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지난 1년 간 준비해 온 것으로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거점에 VR 콘텐츠 유통센터를 구축, 토종 VR 콘텐츠 수출길을 트고, 세계 VR 시장 거점 기지로 활용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 센터가 대·중소기업, 정부 간 협력 체계로 돌아가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진출을 목표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지만, 해외에 사무소를 내거나 인력을 상주시킬 여력이 안 되는 VR 콘텐츠 개발사들에 해외 판로를 뚫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VR 기기를 개발·판매하는 국내 대기업은 자사 해외 매장 내에 일부 공간을 중소 개발사들의 VR 콘텐츠 전시 공간으로 무상 임대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또 현지 대형 쇼핑센터 등에 마련된 자사 기기 전시공간에서 토종 VR 콘텐츠가 구동되도록 할 계획이었다.

VR 해외유통센터 아이디어를 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까지 삼성전자, LG전자와 이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해왔다. 특히 LG전자와는 협력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는 게 진흥원 측 설명이다.

정부는 VR 콘텐츠 개발사를 모으고, 대기업이 내 준 공간을 VR 해외유통센터로 만들어 현지 바이어와 토종 콘텐츠 기업을 연결, 중소기업의 VR 콘텐츠 수출을 돕겠다는 계획이었다.

문체부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내년 정부 예산 3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 계획은 '공수표'가 됐다.

국회가 이 사업이 포함된 VR 콘텐츠 사업 관련 예산을 192억원(정부안)에서 81억원으로 대폭 삭감하면서, 문체부가 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예산 삭감 조치는 문체부가 VR 콘텐츠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씨(60·구속기소) 지인으로 알려진 업체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VR 콘텐츠 개발사 고든미디어가 최순실·차은택 인맥 힘으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고든미디어 마해왕 대표는 최순실 씨 아지트로 알려진 카페의 운영업체 이사로 밝혀졌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VR 해외유통센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문체부가 이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했다"며 "VR 예산이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되면서 VR 콘텐츠 산업 육성 예산으로 편성했던 다른 사업 예산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는 이 같은 문체부 결정을 전형적 '눈치 보기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가 산업육성에 필요한 예산을 지키기보다는 당장 제 몸 추스르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VR 콘텐츠 개발사 중 국내 시장만 보고 콘텐츠 개발에 나서는 이들은 없고, 대부분 해외를 보고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해외 유통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중소 콘텐츠 기업이 혼자 하기엔 감당이 되지 않는다"며 "VR 해외유통센터는 이런 측면에서 필요한 사업이며, 지금이라도 백지화가 아니라 '예산 축소'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내년 문체부 VR 콘텐츠 육성 사업은 당초 VR 해외유통센터 구축 사업(36억원) 외에 VR 콘텐츠종합지원센터(30억원), 공공활용형 VR 콘텐츠 조성 사업(60억원), VR콘텐츠 프론티어 프로젝트 사업(37억5000만원), 국내 VR 콘텐츠 체험 존 구축 사업(16억원), VR 중소기업 제작지원 사업(12억원) 등이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수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