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이어온 청와대발 한국의 정치위기는 급기야 실질적 무정부상태를 초래하면서 한국경제가 올스톱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IMF위기 때도 없었던 3년 연속 2%대의 저성장세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정치위기가 현실화된 올해 4분기의 성장률은 결국 0%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 탄핵 결정 이후에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최종결정까지 끝까지 버티기를 시도하며 국정공백과 경제정책의 진공상태를 장기화하며 마지막까지 경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런 대통령의 버티기 전략으로 당초 2.7%로 전망됐던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2%를 하회하는 저성장으로 주저앉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촛불에 떠밀린 국회의 탄핵결정으로 대통령에 의해 초래된 불확실성이 감소될 가능성은 커졌으나, 여전히 새 정권이 출범하기까지의 불확실성은 우리경제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경제상황은 심각한 좌초국면을 보이고 있다. 즉 한국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수출이 2015년 8.0% 감소한 이래 올해에도 5.6% 감소할 것으로 보여, 1957년 수출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이래 최초로 2년 연속 감소하는 위기국면에 처했다. 같은 맥락에서 제조업 가동률도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인 70.3%로 하락한 가운데, 경제불황이 고용시장에서 그대로 반영돼 청년실업률이 지난 10월 기준 8.5%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에 달했다. 한편 이러한 우리경제의 침체 및 좌초조짐은 청와대발 정치위기와 무정부상태로 접어들기 이전부터 이미 나타난 가운데, 최근의 정치위기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국회의 탄핵결정을 계기로 현재와 같은 무정부상태를 최대한 신속하게 수습하고, 우리경제의 회생을 위한 전략을 모색할 때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안정적 정권이 예측가능한 경제정책의 방향과 일관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한편 문제는 이번 청와대발 정치위기가 현실화되기 전부터도 한국경제는 주력산업의 국제경쟁력 상실과 함께 첨단 미래산업에서도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하는 구조적 위기증후군을 보여 왔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경제정책 및 산업정책의 초점을 우리경제의 중장기적인 국제경쟁력 확보가 아니라, 초단기적 정치적 지지 확보를 위한 포퓰리즘 경제정책에 집착한 결과다. 앞뒤가 맞지 않는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정책'에서부터, 정부고유의 의무인 '혁신역량 제고를 위한 창업 및 중소기업육성정책노력'을 세계시장에서 퇴출압력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이를 '창조경제정책'이라고 미화했었던 현 정부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제정책들은 처음부터 파국이 예정된 잘못된 정책이었음이, 최근의 스캔들이 설명해준다.
딜레마는 국회의 탄핵결정 이후 과도기간에, 이런 잘못된 정권에 부역하였던 '영혼 없는 공안출신 관료'들에게 국가권력을 잠시나마 맡긴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모험인가를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정치세력들이 기회주의적인 득실계산에 빠져서 시간을 허비할 동안, 천만촛불의 힘으로 쟁취한 지금까지의 진보이기에, 남은 과도기간에도 이 '영혼 없는 부역집단'들이 또 다시 국정을 농단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오천만 촛불이 감시하고 있음을 그 부역집단들이 망각하지 않도록 계속 경감심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여야간 의견이 좁혀지고 있는 '여야정 협의체'는 실로 그 의미가 심대하다. 지금과 같은 실질적 무정부상태에서는 민간경제주체와 복지부동하고 있는 관료집단들에게 예측가능한 일관성 있는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모든 주요정당과 정책결정자들의 의견이 모아진 정책방향에 대한 정책시그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여야정 협의체'가 담당할 경우, 현재의 실질적 무정부상태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목전에 닥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이슈는 무궁무진하다. 즉 이미 중국에 대해 경쟁력을 상실해버린 우리 주력산업과 미래산업의 경쟁력회복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함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문제와 이 문제의 폭발력을 키우고 있는 미국발 금리인상압력, 고사상태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정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년부터 파행적으로 심화될 트럼프정권의 보호주의정책에 대한 우리수출산업의 생존전략마련 등등 우리경제의 회생을 위해 해결해야할 경제정책과제는 끝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절박한 과제는, 우선 국내외의 민간경제주체들에게 예측가능한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을 집행할 체제안정성(regime stability)이 갖춰졌다는 정책신뢰는 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통한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방향을 보여주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