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 세계 반도체 상위 5위 업체의 시장지배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이어진 활발한 인수·합병(M&A)과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한 시장 안정화 등이 주요인이다.
13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매출 기준(파운드리 제외)으로 반도체 톱5인 인텔과 삼성전자, 퀄컴, 브로드컴,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41%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 32%에 비해 9%포인트 증가한 숫자다. 아울러 상위 10개 업체의 점유율은 56%, 상위 25개 기업의 점유율은 76%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IC인사이츠 측은 "지난해와 올해 활발한 M&A 활동이 반도체 산업의 모습을 재구성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합병을 앞세운 상위 공급 업체들의 기업 가치가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7분기 동안 이뤄진 반도체 업계의 M&A 규모는 총 1591억달러(약 186조원)로, 2010년 이후 5년간의 실적을 합친 것(626억달러)보다 154.2% 늘어난 숫자다. M&A로 반도체 시장이 재편되면서 과거 치킨게임 때와는 달리 소수 상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과거 반도체 '치킨게임'의 대표 사례였던 D램의 경우 1995년 약 20개 업체가 있었지만, 현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로 굳어졌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매출 기준 D램 시장점유율은 50.2%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었고,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마이크론까지 합치면 D램 톱3의 점유율은 93.5%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반도체 업체가 당분간 공격적인 증설보다 미세공정을 앞세운 품질·생산 효율성 경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다만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굴기'로 제2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중국이 미국과 대만 등 주요 국가의 견제로 연이은 M&A에 실패하면서 당분간은 안정적인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국유 반도체 업체인 칭화유니그룹이 최근 대만 반도체 업체인 칩모스를 인수하는 데 실패했고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는 미국의 반대로 독일 반도체 업체 아익스트론 인수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