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전량 리콜을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리콜사태가 삼성 스마트폰의 브랜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 11월 20일 로이터가 리콜사태 이후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브랜드 충성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조사자의 91%가 리콜사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계속해서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아이폰 사용자의 재구매 의도율 92%와 유사한 수치다. 대규모 리콜과 단종사태로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달리 리콜사태가 삼성 스마트폰의 브랜드 충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의 리콜과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엄청난 손실과 함께 시장점유율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갤럭시노트7의 리콜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보여준 행보는 리콜의 성공사례로 회자되는 타이레놀 사례와 닮은 점이 많다. 1982년 미국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환자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존슨앤존슨은 타이레놀 제품 800만개를 전량수거해 재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타이레놀에 누군가가 독극물을 투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신속한 대응으로 독극물이 타이레놀의 제조공정과 무관함을 증명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타이레놀의 판매는 2개월 만에 재개됐고 한때 35%에서 7%까지 떨어졌던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1년 만에 30%로 거의 회복됐다.

갤럭시노트7과 타이레놀 리콜사례는 제품결함이 발견됐을 때 사과의 '진정성'과 '타이밍'이 위기극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중국의 사기(史記)에 '부형청죄(負荊請罪)'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웃통을 벗고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사과한다는 뜻이다.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무거운 처벌을 가하면 사과의 진정성이 상대에게 보다 쉽게 전달된다는 의미다. 존슨앤존슨은 당시 매출의 2%에 해당하는 1억달러의 비용을 감수하며 타이레놀 전량리콜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도 전세계에 판매된 갤럭시노트7 전량을 수거하기 위해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감수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사과의 '진정성'으로 받아 들여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사고가 보고된 지 1주일만에 전량 회수 결정을 내렸다. 리콜이 가져올 엄청난 비용을 고려하면 결코 싶지 않은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존슨앤존슨도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시판된 타이레놀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널리 알림과 동시에 이미 판매된 타이레놀을 모두 환불하고 수거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반면 2009년의 도요타 리콜사건과 2015년 폭스바겐 리콜사태는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타이밍'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사과의 '진정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실패함으로써 해당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리콜(Recall)'은 원래 정치분야에서 파생된 용어다. 미국에서는 19세기말부터 유권자들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선출직 공무원을 임기중에 파면시키는 리콜(주민소환제도)을 시행하고 있다. 리콜의 성공요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요구로 어수선한 오늘의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한다면 가진 것을 스스로 모두 내려놓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국민들로부터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만 정치인으로서의 최소한의 브랜드(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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