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투자전문가인 나심 탈레브가 블랙스완으로 묘사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더구나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이 비정상적인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이 앞으로도 얼마나 더 지속될지 예측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10년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평가 받는 타일러 코웬 교수는 저서 <거대한 침체>에서 '고성장 시대는 멈추었고 저성장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며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이른바 뉴노멀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서 다시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는 노멀라이제이션을 향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저성장 기조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침울한 경제 현실 속에서도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뛰어난 인재들과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특이한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영험한 능력의 뿔을 지닌 전설 속의 동물 '유니콘'으로 불린다. 이러한 유니콘 기업들은 201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74개가 있으며, 스타트업의 성공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들 유니콘기업들은 이른바 '제4차산업혁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컨슈머 인터넷, e-커머스는 물론 금융서비스, 헬스케어, 미디어와 교육 분야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공한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 향상에 집중했다면, 유니콘 기업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SNS,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를 중심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기업, 정부, 언론,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 모든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한민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스타트업의 천국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언론은 연일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대기업들도 전국적으로 창조혁신센터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의 천국일까. 우리나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성도 부족하고, 혁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속도와 시장규모도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규제도 심각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게임의 법칙'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은 점점 하향 전망치를 갱신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행 발길은 뜸하다.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언제나 변화를 일으키며 주도하는 기업이 있다. 그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비하고 편승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변화를 감지하고도 여러 가지 이유로 변화를 무시하려는 기업도 있으며 아예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몰락하는 기업도 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왜 이들 유니콘에 돈이 몰리고 인재가 몰리고 거대기업들이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지 연구하고 분석해봐야 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나 비즈니스모델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미래를 열어가는 유니콘들의 진정한 내면이 무엇인지, 과연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과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처하여, 우리나라 청년들도 유니콘의 주역이 될 수 있으며, 대한민국도 미래가 있을까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