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수익성 악화,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외국계 금융회사의 '한국 탈출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외화건전성 규제 개선효과 미흡,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유럽계 은행을 중심으로 외은지점 이탈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낸 '국내 외은지점의 이탈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 진출한 해외 은행들이 지점이나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국내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월 RBS의 서울지점 폐쇄 이후 바클레이즈(1월), 골드만삭스(2월), UBS(4월), BBVA(10월) 등 올해에만 유럽계 은행 4곳이 국내에서 철수했다. 스페인 은행 산탄데르도 지난 10월 서울 사무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HSBC는 소매금융 사업을 접고 10개 지점을 폐쇄했으며 현지법인 형태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도 캐피탈 등 자회사 매각, 펀드 사업 철수 등 사업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정희수 연구위원은 "2016년 10월 말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현지법인 제외) 수는 42개이며, 이중 지점과 사무소는 각각 47개, 17개로 운영 중"이라며 "기본적으로 외은지점의 자산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 부진, 은행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면서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아시아계 은행과 미국 신탁회사 등은 등은 교역량이 증가하고 해외투자 관련 수탁업무 확대로 신규 진입하는 상황이지만, 유럽계 은행 이탈로 인한 감소분을 채우는 데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은지점이 국내 탈출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유럽계 은행의 경우 바젤III 관련 글로벌 자본규제 및 장외파생상품 거래 관련 규제 강화로 모 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국의 모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각종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도 탈출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은지점의 업무범위는 일반은행과 동일한 반면, 자본금은 본점의 자본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자본금 산정 범위의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 조달 역량이 커졌으나, 외화공급 차원에서 외은지점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외화자금 운용에 대한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외화건전성 제도 개편에서 일부 외화거래 관련 규제 완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외은지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가 150%에서 200%로 상향 조정되었으나 자기자본을 고려해 선물환 거래를 해야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재정위기 이후 유럽 은행산업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바젤III 등 글로벌 자본규제가 강화되면서 파생상품거래의 제약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강은성기자 esther@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