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일부터 의무화된 신분증 스캐너 도입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유통점을 상대로 하는 수익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협회 부회장(뒷줄 맨왼쪽), 김신구 협회 상근부회장(가운데) 등이 신분증 스캐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제공
이동통신 가입 시 개인정보보호와 이른바 '대포폰' 차단 등을 위해 이달 1일부터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의무화된 '신분증 스캐너' 도입에 대해 일선 유통점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이 제도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시행하는 주체가 불명확하며, 유통점을 상대로 하는 수익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신분증 스캐너 제도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받을 때 신분증 스캐너를 이용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신분증 위조 여부를 파악한 뒤 개인정보는 저장하지 않은 채 이동통신사 서버로 정보를 전송한다.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 3사가 협의해 4월 도입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준비 부족을 이유로 시행이 8월로 연기됐다가, 또 다시 10월로 연기됐고, 지난 12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동통신 유통점들은 그간 텔레마케팅(TM)과 온라인, 방문판매 업자 등을 제외한 오프라인 대리점과 판매점만 스캐너를 도입하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주장해왔다. 신분증 인식 오류, 단말기 오류, 스캐너 공급업체 선정과제 의혹 등도 제기했다. 또 '골목 상권에 대한 차별 규제'를 이유로 스캐너 도입에 반발해왔으며 서울행정법원에 신분증 스캐너 전면 도입을 금지하도록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최근 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분증 스캐너 문제를 조목조목 다시 제기했다. 협회는 이날 특정 제조사의 스캐너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KAIT가 이를 수익 사업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이통3사가 스캐너 2만2000대에 대한 비용을 이미 일정 부분 출연해 KAIT가 보증금 10만원에 단말기를 대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후 KAIT가 40만원 대에 스캐너를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통점에서 단말기 오류에 대한 문제를 계속 지적했지만, KAIT는 해당 스캐너 제조사인 보임테크놀러지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만 봐도 석연치 않은 관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또 "방통위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고 주장하는데, KAIT는 통신사를, 통신사는 KAIT가 제도 시행 주체라고 서로 지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천 협회 상임이사는 "방통위 담당 국장에 신분증 스캐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물었더니, 근거는 없고 통신사 자율로 운영하는 것이란 답변만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배효주 협회 소속 KAIT문제대책위원장은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신분증 스캐너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해 그동안 반대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스캐너 기술적 오류, 영업 규제, KAIT의 수익 사업화 의혹 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지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공식 입장을 요구했지만, 밝히지 않았다. 다만 KAIT 관계자는 "신분증 스캐너 제도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게 맞지만, 사업자 이용약관에는 이통 3사 의무로 나와 있다"며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통3사와 협의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