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없다"더니 지역구 '치적 홍보' 위해 앞다퉈 증액
국회가 "'쪽지예산'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쪽지예산이나 다를 바 없는 각종 민원·청탁성 예산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특히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은 2일,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앞둔 민원성 사업 예산은 곳곳에서 수두룩하게 발견됐다.

게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관심이 쏠려 예산심의 과정에 대한 공론화나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탓에 소리 소문없이 '쪽지예산'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미 예결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쪽지예산의 관행은 이미 없어졌다"며 "상임위와 예결위 심사에서 구두 질의와 서면 질의를 통해 증액을 요구하지 않는 예산은 반영하지 않는 게 3∼4년간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과거 예산심사의 적폐에 해당하는 쪽지예산 관행이 사라졌음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뒤집어 보면 회의 석상에서 구두·서면 질의를 하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민원성 예산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려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예산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토교통(도로·철도 건설과 개·보수), 문화체육관광(축제·문화·체육시설 지원) 등 의원들이 지역구에 생색내기 좋은 사업 분야에서 앞다퉈 증액되거나 새로 편성된 것들이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경기 남양주병) 의원은 '남양주 문화박스쿨 설치' 사업 예산을 20억원 끼워 넣었다. 애초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사업 예산을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은 정부가 820억원으로 책정했던 '광주-강진 고속도로' 사업 예산을 예결위에서 2천180억원으로 늘렸다. 추가 보상비 등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달았다.

김 의원은 광주·전남 지역의 국도 조사·설계비를 일제히 늘렸다. 증액 규모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에 이른다.

예결위 간사를 제외한 여야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을 골고루 나눠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제주 서귀포) 의원은 '제주 실내 영상 스튜디오 조성' 사업 예산에 50억원을 신규 반영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노후시설 개선에 신규 투입되는 예산 620억원은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의기투합했다. 특히 1·4호선이 지나는 새누리당 김선동(도봉을), 2호선이 지나는 민주당 전혜숙(광진갑) 의원이 관여했다.

부산 지하철 1호선 노후시설 개선 예산 316억원도 새누리당 윤상직·장제원·하태경, 민주당 전재수 등 부산 지역 여야 의원들이 뭉쳐 새로 반영했다.

예결위에 들어오지 않은 동료 의원의 민원 예산을 대신 반영해주는 '아바타 예산', 예결위원끼리 상대방의 지역구 예산 증액에 힘을 보태는 '품앗이 예산'도 여전했다.

충남도청 이전부지 개발 사업 예산 82억원을 늘리자는 데는 성일종, 이상민, 이은권 등 대전·충남 지역 여야 의원뿐 아니라 박명재, 이춘석, 장석춘, 전재수 등 영·호남 여야 의원들도 협력했다.

이처럼 증액·신규 반영된 지역구 예산은 의원들의 새해 의정보고서에 실적으로 기록된다.

예결위원은 예산으로 동료 의원과 지역구민에게 생색을 내기 좋은 이유로 국회의원 4년 임기동안 해마다 번갈아가면서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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