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다시 한 번 국민의 요구를 외면했다. 10월 말 1차 대국민담화에 이어 지난달 초 2차 대국민담화, 29일 3차까지 일관되게 자신은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고 '순수한' 의도였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단지 자신은 최순실 등 측근 관리를 잘못했다는 부분만 인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퇴진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는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잘못은 없지만 정 원한다면 마지못해 그렇게 해주겠다는 투로 무덤덤하게 담화를 읽어내려갔다. 이날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도 않았을뿐더러 대통령에게 최씨와의 공범 관계를 묻는 기자의 돌발 질문에는 미소를 보이며 다음으로 미뤘다. 이 상황에서 미소를 짓는 대통령을 보며 국민들은 더 분노했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심으로 모르는 것 같다. 5주 연속 국민들은 거리로 나오고 지난주 말에는 급기야 눈비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인구의 3.5%가 넘는 190만명이 촛불을 든 이유를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이날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로 공을 넘기는 정치 행위만 했다. 겉으로는 국회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는 했지만 속으로는 국회의 내분을 조장해 시간을 벌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는 박 대통령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제기한 수많은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않고,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다.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의 살아온 삶을 보면 이해할 수도 있다지만, 한 사람을 위해 전 국민이 희생할 수는 없다. 그리고 대통령 신분이라고 해도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이 얘기한 '법 절차' 대로 국회가 앞장서 대통령 퇴진 절차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먼저 당당히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해야 한다. 하야는 엄연히 법 절차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즉시 하야하고, 헌법이 정한 대로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 된다. 거기에 정치적 역학 관계를 계산할 이유는 없다. '식물 대통령'을 더 오래 끌고 가봐야 국민들의 상처가 커질 뿐이다. 국가의 미래동력만 사라질 뿐이다.

그걸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법대로 탄핵을 하면 된다. 새누리당 비박계 역시 대통령의 '떠넘기기'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이 절차를 외면하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촛불은 국회로 향할 것이다.

지난 5주간 우리 국민은 대통령과 몇몇 특권층이 떨어뜨린 국격을 촛불을 들어 회복시켰다. 우리의 우방인 미국 정부도 한국의 촛불집회를 당연한 민주절차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리당략과 차기 대권은 다음 문제다. 정치권에서 회자하는 개헌 문제 역시 필요하다면 그 이후에도 언제든지 논의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인식이 지금과 같다면 더는 그에게 희망을 가질 이유는 없다. 국회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만 알면 된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12월 2일이든 9일이든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대통령에 대한 예의로 절차에 주저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대통령이 국민을 외면하는 이상 더는 체면을 봐줄 이유는 없다. 국회는 당장 대통령 탄핵 절차에 착수해 떨어진 국격을 회복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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