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인 혁신'으로 일컬어지는 블록체인 기술의 국내 금융권 도입이 가시화되는 형국이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이 이달 중 블록체인(Blockchain, 분산형 전자금융 거래장부) 도입을 위한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하면서 블록체인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의 응용범위가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3D인쇄 등 무궁무진하다는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분산 저장해 해킹을 막는 기법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거래내역을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네트워크 참가자 모두에게 암호화해서 공개한다. 수많은 이용자에게 장부가 흩어져 있는 형태라서 해커가 한꺼번에 조작할 수 없어 위·변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금융회사들이 이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막대한 전산 인력·인프라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용자 역시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어 마케팅 요소로도 활용된다.

금융당국도 블록체인 도입에 있어 규제를 앞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민간 주도로 자유롭게 검증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데 실기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환경조성과 금융권의 의지까지 블록체인 도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오픈소스를 공유하면서 사업모델로 활용을 모색하는 단계다. 해외에서도 블록체인이 인증분야를 비롯해 실제 활용이 가능한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차세대 보안 기술로 주목받던 블록체인에 대해 역설적으로 보안업계가 먼저 경각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외신에 따르면 국제 금융권의 블록체인 활용 프로젝트인 R3 CEV 컨소시엄에서 창립 회원사였던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말을 끝으로 더 이상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R3 CEV 프로젝트는 세계 주요 금융사가 블록체인을 금융 거래에 활용하기 위해 2014년 구성한 블록체인 업체와 금융권의 조합이다. 골드만삭스는 초기부터 참여해 왔지만, 멤버십 갱신 주기를 맞자 갱신을 포기하고 사업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스페인 산탄데르은행도 이탈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돼 금융권 블록체인 확산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보안업계 역시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수록 한계에 대해 지적한다. 좋은 기술인 것은 맞지만,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해 봤을 때 인증 보안과 비용절감까지 만능은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은 금융거래시 기관과 주체 등을 정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규정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이 기존과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해야 함은 맞다. 핀테크와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산업혁명 신기술에 대한 실기가 더 이상 있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기존 제도와 기술 간 조화를 통해 신기술이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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