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종이를 광소자 기판으로 활용해 저렴하면서 성능이 우수한 센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 크기의 광결정 소자를 흡수성이 좋은 종이와 결합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조용훈 교수(물리학과)팀이 종이 위에서 작동하는 '초소형 반도체 레이저'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광소자 제작에 쓰이는 반도체 기판은 전체 소자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폐기 과정에서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두꺼운 반도체 기판 대신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한 종이를 광소자 기판으로 활용했다. 종이 기판에 구현한 광소자는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고, 접었다 펴는 것을 반복해도 끊어지지 않아 기존 플렉서블 기판들에 비해 기계·물리적 특성이 우수하다.
연구팀은 반도체 기판에 높은 집적도로 패터닝(특정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 과정을 통해 회로를 새겨 넣은 과정)한 나노 광소자를 마이크로 스탬프로 떼어내는 기술을 이용해 종이 기판에 원하는 간격으로 배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종이 광소자는 폭 0.5㎛(마이크로미터), 길이 6㎛, 높이 0.3㎛ 크기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이 소자는 이미 상용화된 임신 진단키트처럼 종이의 우수한 흡수력과 광결정 소자의 높은 민감도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센서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조용훈 교수는 "저렴한 종이와 고성능 광결정 센서를 결합해 전체 소자의 단가는 낮추면서 우수한 성능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소재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머티리얼스(17일자)'에 실렸으며, 김세정 물리학과 박사가 1저자로 연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