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시가 평가·저축성보험 제외
저금리 기조 부채 증가 불가피
재무상황 평가·판단솔루션 필요
HP·IBM 등 국내영업 강화나서

보험업계가 오는 2021년 시행하는 새로운 국제보험 회계기준인 '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컴퓨터(HPC) 도입을 추진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이 IFRS 시스템 공동 구축 컨소시엄(흥국생명·현대라이프·KDB생명 등 9개사)을 구성하고 HPC 구축 테스트를 하고 있고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IFRS17 대응을 위해 HPC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국가별로 다른 회계방식을 세계 기준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IFRS17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국내 보험사는 판매된 보험상품을 원가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부채로 기록했다. 하지만 IFRS17은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볼 때 계약 시점이 아닌 현재 시가로 평가한다. 또 저축성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하고, 저금리 기조로 금리가 내린 만큼 보험사의 부채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IASB가 국내 보험업계 등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계약서비스마진(CSM)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평가하겠다고 수정했으나, 업계는 여전히 IFRS17 시행 전에 신속하고 빠르게 재무상황을 판단하고 위험요소를 찾을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HPC가 필요한 이유는 IFRS17이라는 새 회계기준에 맞게 기존의 계약과 부채를 재계산해야 하고, 회계연도마다 재무구조의 평가가 필요한데 기존의 컴퓨팅 파워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직렬 및 병렬컴퓨팅 파워를 모두 갖추고 넓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감당하기에는 HPC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세계 HPC 시장을 이끌고 있는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IBM 등은 시장 상황에 맞춰 HPC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국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IBM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지난 9월 출시한 리눅스용 HPC IBM 파워시스템 S822LC·S821LC를 통해 보험사 영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보험개발원 컨소시엄과 교보생명은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에서 활용된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혼합한 병렬처리 기반의 HPC를 활용하고, 한화생명은 CPU 장치만을 통한 HPC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PU만으로 HPC를 구성하면 가격은 높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다.

정근환 보험개발원 IFRS4 대응팀장은 "IFRS17로 인해 보험사들이 업무처리에 대한 속도 압박 때문에 HPC를 구축하려 한다"며 "컨소시엄을 제외한 보험사들이 어떤 방식의 HPC를 구축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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