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에랄도 무뇨스(Heraldo Munoz) 칠레 외교부 장관과 함께 지난 18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우리나라가 칠레의 냉장고, 세탁기 관세 철폐에 나선다. 발효 10년이 넘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작업을 벌여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겠단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2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FTA 개선협상 개시를 선언했다고 20일 밝혔다.
우리의 첫 FTA인 한-칠레 FTA는 2004년 발효된 이래 두 나라 간 무역액 약 4배, 교역 품목을 약 2.4배, 한국의 대 칠레 투자가 5.3배 증가하는 등의 효과를 거뒀다. 교역액은 2003년 15억7500만달러에서 지난해 61억5400만달러로, 대 칠레 수출 품목은 55개에서 134개 및 수입 품목은 25개에서 59개로, 한국의 대 칠레 투자는 550만달러에서 2900만달러로 각각 늘어났다.
하지만 발효 10년 이상이 지나는 동안 칠레가 중국(2006년), 일본(2007년) 등 경쟁국과 잇따라 FTA를 체결하면서 대외경쟁 여건이 변화하고 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했다. 또 서비스, 투자, 원산지 등도 지금의 글로벌 규범과 차이가 있어 한-칠레 FTA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두 나라는 지난해와 올해 7월 차례의 자유무역위원회 협의를 통해 개선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우리는 칠레 측의 양허 제외 품목으로 분류돼 있던 냉장과 세탁기 등 관세 철폐를 협상할 방침이다. 칠레는 우리 농산품의 추가 개방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규범 분야에서는 칠레의 서비스 시장 접근 확대, 투자자 보호 강화, 엄격한 원산지 규정 및 통관 절차 완화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경제 및 문화 등 협력 관련 조항을 신설해 자원·에너지 및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지난 16일 실질 타결한 중미 6개국과의 FTA, 멕시코 FTA 협상 재개, 메르코수르 FTA 협상 추진 등을 통해 인구 6억명,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7.7%를 차지하는 중남미와 포괄적 FTA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 장관은 "브렉시트, 미국 대선 과정에서 반무역 정서 확산 속에서 한-칠레 FTA 개선 협상개시 선언은 전세계에 자유무역의 중요성과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한 시그널을 보낸 좋은 계기"라며 "우리가 경쟁력을 지닌 제조업을 비롯해 서비스와 투자 등 기업환경 개선, 에너지·자원·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주 장관은 APEC 참석을 계기로 지난 17일 호주 통상·투자 장관과 제2차 한-호주 FTA 공동위원회, 18일엔 미국 통상장관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