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산 H형강 수입 급증 시장질서 교란 반발 확산 포스코 "고객요청 따른 것"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국내 2·3위 철강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맏형 포스코에 뿔났다. 포스코가 베트남에서 만든 H형강(H 모양으로 생긴 건설용 철강재)을 국내로 들여와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보고 있어서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최근 포스코의 베트남산 H형강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여 만드는 H형강은 단면이 H자 모양인 철강재다. 주로 건축물, 선박 등 대형 구조물의 골조나 토목공사에 쓰인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국내에 전기로가 있으나 포스코는 용광로만 있어 H형강을 생산하지 않는다.포스코는 지난해 7월 베트남 남부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짓고 같은 해 11월부터 H형강과 철근 등을 양산했다. 베트남 공장은 애초 동남아 시장 공략을 목표로 했으나 값싼 중국산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포스코는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지난해부터 국내에 들여왔다. 이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중소 제강사들이 합세해 '골목상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논란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포스코는 지난해 연말 "베트남산 철근은 포스코 공장과 포스코건설 건축 자재용 등 그룹 내 수요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베트남산 H형강의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포스코와 경쟁사들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산 H형강 월별 수입량은 지난해 11월 3182톤이던 것이 지난 9월에는 9236톤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분기별 수입량은 지난해 4분기 7200톤에서 올해 3분기 4만8000톤으로 7배나 폭증했다. 뿐만 아니다. 철강업계는 중국이 베트남산 수입을 빌미로 반덤핑 조치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중국산 H형강이 저가에 수입돼 국내 철강산업에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을 받아들여 오는 2020년까지 28.23∼32.7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 결과 중국산 H형강의 지난 1~3분기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감소했다. 철강업계는 중국 정부가 베트남산 H형강을 구실로 반덤핑 조치 철회를 요구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총력으로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리더인 포스코가 역수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이 한국철강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외국 철강재를 들여오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을 반대할 명분도 잃게 된다"면서 "철근과 후판, 열연 등 다른 제품 역시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H형강과 철근을 일괄 구매하기를 원하는 건설 고객사들의 요청에 따라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는 것"이라며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로 수입하는 물량은 더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