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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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 트럼프가 당선된 게 이변이라고 했다. 미국과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그랬다. 그동안 미국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국내외 언론의 왜곡된 보도를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뀌면 대응도 달라야한다. 대책 없는 비관도 근거 없는 낙관도 금물이다. 트럼프는 한·미FTA를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고 비판, 재협상을 주장했다. 물론 잘못된 주장이다. 일자리 감소는 미국 경쟁력 약화 때문이지 FTA 때문이 아니다. 선거 때의 주장이지만 이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가 제기되면 우리의 주력산업 수출은 벽에 부딪친다.

트럼프는 중국 수입품에 45%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미·중 무역 분쟁도 예상된다. 이럴 경우 한국의 대중수출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대중 수출의 3분의 2 이상이 중국 투자와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언급도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에게 불똥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은 환율 감시 대상국에 올라있지만 한 단계 높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미국은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에 보복적인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FTA 추가협상이 제의될 경우 FTA는 한·미 양국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한국이 이익을 독점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FTA 협정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고 지금의 대미 무역흑자도 한국경제의 침체로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하고 설득해야한다. 우리도 얻어낼 건 얻어낼 전략으로 맞서고 농산물과 자동차 관세율 인하 등 다양한 대응책도 마련해두어야 한다. 공화당은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정당이다. 의회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단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의회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슈퍼 301조 카드가 있다. 어쨌든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로 나갈 가능성은 분명하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발등의 불이다. 트럼프 정부는 안보에서도 철저한 수익자 분담원칙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방위비를 더 많이 분담할 것을 강요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우리도 우리의 요구사항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무기 거래방식의 전환이다. 지금과는 달리 무기구매 계약 전에 반대급부(기술이전·부품발주 등)를 약속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제조업 부흥과 공공보건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 인프라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기회다. 한국 건설업과 제약업은 미국 진출 기회를 붙잡아야한다.

트럼프 진영은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우리가 앞서서 트럼프 진양에 접근, 한국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한·미동맹을 강화 발전시켜야할 당위성을 강조해야한다. 더욱이 한·미 협력모델을 많이 만들어낸다면 오히려 협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35%→15%), 규제철폐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꾀하려한다. 우리의 기업은 어떤 상황에 있는가. 보호무역 파고가 몰려와도 모든 걸 우리가 풀어한다. 이럴 때일수록 과감히 경제구조를 개혁해야한다. 경제리스크 줄이고 우리 사회에 고착돼있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야한다. 아픈 상처는 아픔을 무릅쓰고 치유해야하는 것이다.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 밖에서 오는 파고를 넘을 수 없다.

그런데 국가 리더십이 무너지고 경제 사령탑이 실종돼있으니 어런 참담한 일이 있는가. 한시바삐 대내외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일에 여야는 머리를 맞대라. 풍랑을 헤치고 항해해왔던 '한국호'라는 배는 침몰하려한다. 난파선의 선장이 누가 되든 경제가 무너지면 남을 게 없다. 민주주의도 민생도 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헛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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