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가까운 23개사 10억원 이상
현대자동차 68억8000만원 '최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삼성생명 순
4770억 적자 대한항공, 10억 건네
대기업 기부금 규모 1542억 급증
순증가액 절반 이상 사용 관측도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이 5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적자로 법인세를 내지 못한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사이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23개사가 1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

현대자동차가 68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삼성생명 55억원, 삼성화재 54억원, 포스코 49억원, LG화학 49억원 등 순이다. 현대모비스, 호텔롯데, 기아자동차, SK종합화학, SK텔레콤, KT,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삼성물산, 한화, GS칼텍스, 에스원, 제일기획, 한화생명, 대한항공, E1 등은 10억∼30억대의 돈을 출연했다.

출연금을 낸 53곳의 경영실적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적자로 법인세 비용도 없는 기업이 12개사로 전체의 22.6%에 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별도기준 47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두 10억원의 출연금을 건넸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4500억원대의 적자에도 4억원을 냈으며 대주주인 두산 역시 7억원을 출연했다.

CJ E&M과 GS건설도 지난해 수백억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각각 8억원과 7억8000만원을 내놨고 2년째 적자를 낸 아시아나항공과 GS글로벌도 각각 3억원과 2억5000만원을 부담했다. 이밖에 지난해 적자를 낸 금호타이어(4억원), LS니꼬동제련(2억4000만원), GS이앤알(2억3000만원), LS엠트론(6200만원) 등도 출연금을 내놨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거액 출연으로 이들 대기업이 쓴 기부금 규모는 지난해 크게 늘었다. 실제 53곳 중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45개사의 감사보고서상 기부금 합계는 지난해 1조695억원으로 전년보다 1542억원(16.8%)이나 증가했다. 53개사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774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기부금 순증가액의 절반가량이 이들 재단 출연에 의한 것이다. 특히 제일기획, SK종합화학, GS EPS, GS글로벌, GS이앤알 등은 지난해 쓴 기부금의 50% 이상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으로 사용했다.

일부 대기업은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상 기부금 지출 내역이 없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자금 출처와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조사 결과 감사보고서 등 공시자료에 기부금 내역이 없는 곳은 한화(15억원), GS건설(7억8000만원), CJ(5억원), LG전자(1억8000만원), LG이노텍(1억원), LS전선(1억원), LG하우시스(8000만원), LS니꼬동제련(2억3900만원) 등이다.

대다수 기업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고액의 출연금을 낸 사안이 이사회 결의사항 등에 기재되지 않아 자금 집행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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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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