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철저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1일 창립기념일을 맞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은 위기 상황을 고려해 조용하게 기념행사를 치렀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권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과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47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지난달 27일 등기이사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예년처럼 창립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이날 창립 기념사에서 "세계 경제가 저성장, 불확실성 심화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최근 발생한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일해왔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부문에서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철저한 위기관리 체계를 갖추자"며 관습적인 시스템과 업무 방식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 "사업의 근간인 기술 리더십과 차별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혁신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고객에 대한 세심하고 깊이 있는 연구로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그동안 간과했거나 보지 못했던 고객층과 고객의 본원적 니즈를 발굴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와 함께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온 오랜 역사와 저력이 있다"며 "이제 일하는 방식, 혁신에 대한 사고, 고객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철저히 개선해 이 위기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자"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기 제43회 창립기념식에서 "창립 이래 수많은 어려움을 도전과 혁신으로 극복해 왔다"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 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신사업을 조기 안착시켜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준비하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이날 오후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창립기념행사를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직을 겸직하고 있는 권 부회장이 행사에 참여해 격려사를 전달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전자계열사들이 '위기 극복'을 강조한 이유는 갤럭시노트7 단종과 지배구조 재편 등 대내·외에 산적한 여러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의 단종 여파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29.7% 감소한 5조2000억원으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스마트폰 세계 시장점유율(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집계) 역시 20.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7%보다 3.6%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엘리엇 등 외국 헤지펀드들이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을 흔들어 이익을 취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애초 예상보다 일찍 등기이사로 등판한 것 역시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출발해 이후 1984년 상호를 삼성전자주식회사로 바꿨고, 1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하며 반도체사업을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11월 1일을 창립 기념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