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성 전 회장의 육성 녹음파일과 메모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1심 유죄, 항소심 무죄 선고를 가른 것은 고 성완종 회장이 자살 직전 언론사 기자와 통화한 육성 녹음파일과 이 전 총리를 포함한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자필 메모의 증거능력이었다.
녹음파일과 메모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1심은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으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고 봤고, 2심은 이 전 총리 부분에 한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 배후가 이 전 총리라고 생각해 이 전 총리에 대한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언론사 기자와의 전화 통화도 자살을 결심한 성 전 회장의 적극적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에서 엄격하게 제한되는 증거능력증거능력은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되기 위해 필요한 법률상의 자격을 말한다. 따라서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사실인정의 자료로서 아예 채용될 수 없으므로, 믿고 안 믿고를 떠나 공판정에 증거로 현출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다"고 규정하여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그 증거능력의 인정 범위를 필요한 최소한도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통상의 경우 특신상태는 증명력의 영역에 속하는데 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경우임을 감안하여 증거능력 부여의 단계에서 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이 단계를 통과하면 바로 증명력까지 부여되는 위험을 고려한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사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 법원은 진술을 요하는 자가 법정에 출석할 수 없다는 사정 이외에도 검사로 하여금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사정을 증명하도록 한다.
이때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그 진술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와 상황에 비추어 보아 단순히 적법하고 진술의 임의성이 담보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에 대한 예외로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즉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의 경우에 그 참고인이 진술하거나 작성한 진술조서나 진술서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제312조 또는 제313조에서 참고인 진술조서 등 서면증거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데 대하여 다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그 예외의 인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경우 참고인의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실무상 공범에 대한 증인소환이 수취인불명 등으로 불발이 되면 바로 증거능력이 부여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공범이 다른 공범에게 책임을 미루고 도주한 경우 등에 자주 문제된다.
실무상 특신상태의 존재를 추단하게 하는 사정으로는, 진술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경우, 진술의 내용이 일관된 경우, 진술내용 자체가 다른 관련 증거들에 부합하는 경우, 진술하게 된 경위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없는 경우, 변호사와 면담 후 진술한 경우, 진술인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아무런 동기나 이유가 없는 경우, 대질신문이 이루어진 경우, 사건 직후의 충동적인 진술과 같은 자연적, 반사적인 진술의 경우, 죽음에 직면한 자의 임종 시의 진술인 경우,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진술인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반면에 특신상태의 부존재를 추단케 하는 사정으로는 당해 진술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스스로 번복되는 경우, 진술인의 진술이 부자연스럽고 경험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이게 불리한 내용만을 일방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경우, 진술하게 된 경위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는 경우, 진술인이 피고인과 상반되는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피고인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대질신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진술인이 스스로 도피하거나 행방을 감춘 경우, 사건 발생일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의 진술인 경우, 진술 당시 이미 법정에서 반대신문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던 경우, 조서의 기본적인 형식이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손흥수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예비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의정부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의료전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했으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부장판사(형사합의, 영장전담, 신청합의)를 지냈고 현재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로서 형사사건을 비롯한 민사, 부동산경매 관련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s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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