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이디어 반영하는
바텀업 방식 도입 바람직


라마크리슈난 영국왕립학회장 'IBS 설립 5주년 특강'

"연구 주제를 결정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있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내려오는 '탑다운' 방식 대신 현장 연구자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될 수 있는 '바텀업'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지난 28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설립 5주년 특별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영국왕립학회장(사진)은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방향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정책적으로 연구 주제를 정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건 과학자"라고 강조했다.

1660년 설립된 영국왕립학회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 깊은 과학 학술단체로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 과학사에 남을 과학자들이 회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도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호킹 등 세계적인 석학들을 비롯해 16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세계적인 권위의 학회다.

정부와 과학계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한국에 노벨상 수상자이자 영국 최고의 과학 단체 수장이 던진 키워드는 '균형감'이었다.

최근 정부가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등 신성장 동력 마련에만 치중하자 과학계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기초과학의 위기를 주장하면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영국의 경우 국가적으로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와 과학계가 균형 잡힌 역할을 하고 있다"며 "큰 범위의 주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정할 권리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하고 예산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인 과학자들이 참여한다"고 영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또 "정부 정책이 시기상조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으면 과학계가 나서 의견을 내고, 학회가 각 분야의 연구 현황 등에 대해 보고서를 발표하면 정부가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며 "정부도 과학계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과학계도 정부가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관심을 갖고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의 기초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선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1900년대 초부터 경제 강국이었지만 과학 강국이 된 건 1940∼1950년대부터였으며 일본도 1960년대 경제 강국이 된 뒤 30∼40년 뒤에야 과학 강국에 진입했다"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과학기술에 높은 비율을 투자하는 건 매우 인상적이며 앞으로 기초과학에 꾸준히 투자하는 게 성장을 위한 좋은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과학기술을 제외하곤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을 논할 수 없으며, 과학기술 자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지식이 당장 응용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결국 국민들의 삶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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