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최순실 의혹' 공방만
기금운용계획안 질의 등 실종
'파문' 언제까지 이을지 예측불가
지역경기 등 하방리스크 불가피

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벌써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내년 초부터 정부의 돈이 풀리지 않으면 가뜩이나 '성장절벽'의 우려가 커진 우리나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26일부터 사흘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는 이른바 '최순실 청문회'로 변질돼 운영됐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각 부처 장관이 출석해 자리를 지켰지만 최순실 의혹 공방만 진행됐다. 2017년도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내용은 물론 거시경제 및 재정 여건에 관한 질의는 실종됐다. 40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이 편성됐지만 벌써부터 졸속심사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는 이달 31일부터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 소위원회 활동과 의결을 거쳐 내달 30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언제,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예측조차 힘들다는 점이다.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이어 부별 심사 등으로 최순실 파문이 이어지면 최악의 경우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헌법상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당장 1월부터 집행돼야 할 예산의 발이 묶이게 된다.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고 지역 경기마저 침체된 상황에서 나랏돈이 풀리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는 더 커지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2.6%로 이중 재정기여도가 3분의 1가량인 0.8%포인트를 차지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재정이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는 셈이다.지방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확대된다. 지방자치법 등에 따라 지방의회는 회계연도 개시 15일 전인 12월 15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하는데 국회 예산안 의결이 늦춰지면 지방재정 편성도 덩달아 지연될 수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결위가 파행을 겪는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종합정책질의에서 예산안과 관련한 질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직 부별 심사와 소위 등이 남아있는 만큼 예산안이 정상적인 심사를 거쳐 법정 시한 내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최근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이 경제정책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에 지금 관료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책 방향에 대한 지침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관례대로 주어진 일을 진행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막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급히 정치와 행정을 분리해야 한다"며 "내각 총리와 장관을 다수 바꿔서 전문성 있는 이들이 소신 있게 정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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