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지속가능한 미래형 에너지체제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에너지 프로슈머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 프로슈머(prosumer)란 producer와 consumer가 결합한 합성어로, 소비자가 구매자의 역할 뿐 아니라 시장에 에너지를 판매하는 공급자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래 에너지전환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더불어 혁신적 스마트기술의 발달로 에너지시장 참여자들이 쌍방향 교환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됐고, 이러한 변화가 프로슈머라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프로슈머의 등장은 앞으로 기존의 에너지체제에 심대한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일반소비자나 중소규모 발전사업자가 프로슈머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익을 확대할 기회가 커진다. 특히 에너지 중개사업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자를 서로 연결해 시장에 공동으로 참여하게 해 줌으로써 분산형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프로슈머시장에서는 또한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소비와 공급 부문을 서로 연결, 조정할 수 있어서 에너지 서비스시장이 활성화된다. 즉 수요-공급 부문의 통합관리가 용이해짐에 따라 에너지절약을 상품화한 네가와트시장(negawatt market)이 발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에너지서비스사업자의 시장참여가 확대되는 것이다.

최소의 전력소비로 얻고자 하는 효용을 최대화하려는 에너지서비스사업은 지난 여름 논란이 됐던 누진세 문제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도 제공한다. 에너지서비스시장이 발달해 냉방수요가 급증할 때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적정온도의 냉방서비스를 유지하는 조치가 도입되면 지금처럼 전력공급을 확대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우리의 생활양식과 소비시스템이 효율과 절약을 중심으로 바뀌도록 유도해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전환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최근 우리정부도 에너지 프로슈머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초기단계로서 현재 크게 두 가지의 시장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나는 이웃간 거래이고 다른 하나는 분산자원의 중개시장 개설이다. 아직 정책적 경험과 데이터가 부족하고 시장의 규모도 협소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개발과 정책도입이 필요한 수준이어서, 앞으로 여러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의 프로슈머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을 전략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프로슈머들의 개별적인 잉여전력판매만으로는 계통의 불안정성이나 공급의 안정성 확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개사업자의 참여를 활성화해야만 소규모 프로슈머들이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해 시장에서 수익을 높이는게 가능해진다. 더불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서로 다른 프로슈머들을 스마트기술을 통해 하나로 묶어 운용하는 가상발전소(VPP)의 등장은 중개시장의 규모와 안정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밖에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공동의 목적으로 하는 프로슈머 공동체의 확산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데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독일 에너지자립마을들의 성공사례가 보여주듯, 시민의 공동참여야말로 에너지전환을 이루고 세상을 바꾸는데 근간이 되는 가장 역동적인 동력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현재의 원자력중심 대형공급체계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프로슈머의 발전도 에너지전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원자력과 분산형 에너지체제는 양자택일의 문제로서 같이 병립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며, 이것은 탈핵을 결정한 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자립혁명이 급물살을 탄 독일의 경우가 잘 증명해 주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원전하나줄이기운동은 우리나라에서 도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에너지혁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래서 서울시가 매년 주최하는 서울국제에너지콘퍼런스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 시민중심의 에너지시대를 개척하려 노력하기에 더욱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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