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


대학시절 들은 강의 대부분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공직생활 내내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공직부패란 공직에 있음을 기화로 사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자원을 배분하거나 인허가 등 규제를 관리하는 공직자들이 사무실이나 사적인 자리에서 행하는 모든 언행을 일일이 파악하고 그것이 부패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차선책으로 일정기간 동안 발생한 공직자의 재산 변화를 정기적으로 등록토록하고 그 내역을 전담부서에서 확인해 볼 수 있게 한다면, 적어도 공직부패가 일어났는지 여부를 파악해 볼 수 있고, 나아가 공무원들로 하여금 부패행위를 사전에 예방토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만들어진 제도가 공직자 재산등록제도라고 생각한다.

공직자 재산등록제도는 1981년부터 시작되어 지난 35년 동안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바탕으로 적용 대상 공직자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약 22만 명의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고 있고, 등록 및 심사기준도 과거에 비해 정교해지고 수작업으로 행해지던 신고와 심사 업무가 이제는 전산화되어 관리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재산등록 의무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선택과 집중에 의한 효율적 심사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보완이 필요한 사항들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01년부터 건축·토목·환경·식품위생 분야의 인·허가 등 대민업무 부서의 등록의무자를 부서단위로 일괄하여 지정토록 한 결과, 등대지기, 중장비 운전기사 등 인허가 업무와 무관한 실무자들까지도 항로표지과, 도로계획과 등 대민업무 부서에 근무한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재산을 등록토록 하고 있어 그동안 국회나 학계 등을 중심으로 지나친 규제이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재산등록의무자가 되면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뿐만 아니라 직계 존속·비속 모두의 재산을 등록해야하기 때문에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 등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재산등록 의무자는 퇴직후 취업심사 대상이기도 하여 퇴직후 생계형 취업을 하더라도 일일이 심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계속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제한된 인력과 시간으로 이를 심사해야 하는 담당부서의 입장에서는 부정의 소지가 높지 않은 대상자들임에도 법령에 따라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동등하게 심사를 해야 하는 등 행정력의 소모 또한 적지 않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심층적이고 효율적인 심사활동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어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사혁신처는 인허가 등의 업무와 무관하게 시설관리 등 기능적 업무를 수행하는 현장의 실무직 공무원에게는 재산등록 대상자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공직자재산등록제도가 지난 35년간의 운영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공직윤리 제고를 위한 중추적 제도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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