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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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남긴 파장은 간단하지 않다. 국내외에서 품질 불량 문제가 제기돼 있는데도 남의 일인 양 임금인상을 외치며 파업을 했다. 파업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대외신인도 하락과 글로벌 경쟁력 악화, 잦은 파업에 따라 생겨난 '반(反)현대차 정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 다른 충격은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 노트7의 단종이다. 세계시장에서 선두경쟁을 벌이던 삼성전자의 발걸음이 주춤거린다. 한국 대표기업의 이런 사정은 한국기업과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의 수출전망은 밝지 않다. 주력산업은 힘을 잃고 있고 조선·해운산업의 문제도 현재 진행형이다. 좀비기업들은 즐비하다. 화물연대와 철도노조 파업도 경제난을 가중시킨다.

그런가 하면 초가삼간 타는데 내년 대선을 겨냥, 안 방 차지하려는 정치판의 싸움질을 보는 국민의 마음만 까맣게 타고 있다. 심각한 위기인데도 경제를 챙기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고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 IMF외환위기 때는 국민 모두 긴장했고 난국을 벗어나고자 단결했다. 지금은 위기가 지속되다보니 위기에 둔감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 연봉 1억 원에 육박하는 현대차 귀족노조의 임금 올리자는 파업에 자동차 부품 등 중소 협력사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대차 14만대 생산차질과 손실액 3조원은 그렇다 치고 협력사 5천여 곳의 4조 매출 손실은 도둑맞은 거나 다름없다. 소년이 장난으로 던진 돌에 우물 안 개구리는 목숨을 잃는다고 하지 않는가. 국내소비자와 중소기업계는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거론한다는 사실을 귀족노조가 알고 있는가.

대기업 위기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이전된다. 고임금 귀족노조가 임금인상 투쟁을 벌이면 저임금 중소기업은 숨 쉴 틈도 없어지고 청년실업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현대차의 국내 생산비율은 2006년의 65%에서 37%로 줄었다.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면 그만큼 국내 일자리는 줄어든다. 대기업노조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을 뿐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의 주범이 돼있다.

경제전쟁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자동차 업계 선두주자였던 포드는 GM에 밀렸고 다시 도요타가 앞서 달려 나갔다. 또 어떤 차가 더 빨리 달려 나갈지 모른다.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던 모토롤라는 노키아에 밀렸고 삼성전자가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애플이 경쟁하는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서 삼성이 밀리고 있다. 삼성의 브랜드가치에도 금이 갔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을 당해도 기술과 품질로 돌파해야한다.

노조를 비롯한 기득권층의 저항을 돌파하고 개혁해야 한국경제가 산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좀비기업을 없애야한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높이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후진적인 정치와 경직된 노동시장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빠른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낙오한다. 노동·공공·금융·교육개혁을 왜 못하고 있는가. 이는 비효율을 걷어내려는 일이지 정쟁의 대상일 수 없다.

경제를 다스리는 리더십부터 다져라. 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은 기술력은 비슷해지고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시장이 돼있다. 고임금구조와 귀족 대기업노조의 임금인상 투쟁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면 이를 깨야한다. 우선 임금동결을 결단할 때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보상받을 날은 온다. 공무원부터 앞장서는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기업은 물론 고임금 민간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열심히 일하고 많이 받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낮은 임금이라도 받을 기회조차 없는 청년들을 생각해보라. 일자리 만드는 게 급하지 않은가.

비관하는 건 대책이 아니다. 개혁과 혁신 그리고 결단이 필요할 때 결단해야 살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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