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 원고 직접 첨삭 상당히 오랜기간 지속된듯 "보좌체제 완비후 중단" 2014년 '통일대박론' 등 그 이후에도 수정작업 관여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이른바 '최순실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앞서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발표 전에 미리 받아 사전검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 '최순실 의혹' 대국민 사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를 미리 받고 첨삭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해명과는 달리 최씨가 상당히 오랜 기간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원고를 미리 보고 직접 첨삭까지 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첫 번째 논란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는 언급이다. 만일 그 말이 사실이면 청와대 인사 이후 최씨와는 교류가 없었어야 하지만, JTBC 등의 보도에 의하면 박 대통령은 취임 1년 뒤인 2014년 3월 드레스덴 선언 때까지 원고를 미리 보고 직접 빨간 글씨로 첨삭까지 해줬다.
대통령의 해명대로라면 청와대 체제가 집권 이후 1년 이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는 해명 역시 최씨의 첨삭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JTBC가 공개한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당시 최씨의 첨삭본을 보면 '다른', '역시'와 같은 사소한 문구에도 빨간 글자가 들어가 있다. 내용과는 관계없이 문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고쳤다는 점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라기보단 실세의 사전첨삭으로 보이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이곳 드레스덴은 구 동독에서 가장 빨리 발전한 지역으로서 분단극복과 통합의 상징입니다. 독일 민족은 이곳 드레스덴을 자유로운 공기가 가득하고, 풍요로움이 넘쳐 나는 희망의 도시로 만들었습니다.'라는 문장 역시 외교적 수사일 뿐 어떤 의견이 담겼다고 보긴 어렵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이라는 해명 역시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최씨의 PC에서 발견된 대통령 연설문은 드레스덴 선언문뿐 아니라 당선인 신년사와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등 주요 행사에 대한 원고였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신년사에서는 '통일대박론'을 제안했는데 이 역시 최씨의 첨삭을 거친 원고다. 이런 만큼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가 '다양한 사람들' 중 하나라는 해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최씨가 버리고 간 PC에서 발견된 파일의 제목 역시 국가기밀 유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지난 24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공개한 최순실 씨의 PC 파일 목록에는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자료', '가계부채',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평가', '호주총리 통화 관련자료', '국무회의 말씀자료', '중국특사단 추천 의원' 등 외교·정책·행정부 개편 등 국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파일명이 나왔다.
아직 파일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문제 자료의 파일명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다면, 최씨는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과 국정 관련 자료를 받았다는 것인 만큼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단 1분간의 사과문 발표 후 질의응답 없이 해명했다는 점 역시 소위 '불통' 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역시 이 같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논란은 더 증폭될 전망이다. 여당 내에서도 최씨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나 특검 불가피론도 나오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이고, 야당은 청와대를 향해 전방위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