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도 같았던 LG의 기세는 결국 마산에서 꺼졌다. LG는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거짓말 같은 9회 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2차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영봉패 당했다. 점수 차이가 크진 않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WC),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치며 보여준 기세는 사라진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힘대힘의 대결뿐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불미스러운 일을 우려한 NC가 부동의 3선발 이재학을 엔트리에서 제외해 신예 장현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LG는 양상문 감독의 배려아래 준PO 5차전 이후 푹 쉰 주장 류제국이 나선다.
이번 시즌 가을야구 내내 선발진의 호투를 바탕으로 승리를 쌓아온 LG의 승리패턴을 반복할 수 있는 멍석은 깔린 셈이다. 이름값으로나 객관적 지표로나 장현식은 류제국의 맞상대로는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진다.
류제국은 올 시즌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61과1/3이닝동안 13승11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하며 LG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NC 상대로는 3번 선발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치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단 하나 류제국이 경계해야할 점은 단기전의 승부를 단숨에 가를 수 있는 큰 것 한방이다.
류제국은 올 시즌 NC전에서 16이닝동안 4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이는 9개 구단 가운데 SK와 함께 가장 많은 특정구단 상대 피홈런이다. SK를 상대로는 28과1/3이닝만에 4개의 피홈런을 기록한 것을 보면 NC전 피홈런 줄이기는 LG의 플레이오프 첫 승을 위한 최우선과제다.
류제국이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는 나성범과 김태군, 박석민이다. 나성범은 류제국과의 9타석에서 8타수 5안타 홈런 2개 4타점 타율 0.625로 천적급 방망이를 뽐냈다. 김태군 역시 7타석 4타수 2안타 볼넷 2개 타율 0.500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박석민은 7타석에서 4타수 1안타로 타율 0.250을 기록했지만 그 하나의 안타가 홈런인 데다 볼넷을 3개나 골라내는 등 녹록치 않은 상대다.
한편 류제국이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비길 수밖에 없는 게 야구다. NC가 선발로 내세운 장현식은 류제국에 비해 모든 점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이유없이 중차대한 PO 3차전 선발로 낙점 받은 것도 아니다.
2013년 입단 후 군대에 다녀온 장현식은 올 시즌 37경기에서 1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4.48로 1군 무대 적응을 최우선과제로 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후반 NC의 2위가 굳어지자 선발로 전환 5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59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4일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9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며 프로 첫 선발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할 뻔 하기도 했다.
거기다 이날 상대인 LG 상대로는 10과2/3이닝동안 3실점(2자책)하며 평균자책점 1.69의 짠물투를 선보인 점도 기대할만한 요소다.
과연 류제국이 피홈런을 줄여 주장다운 모습을 보여줄지 김경문 감독의 깜짝 카드인 장현식이 그야말로 깜짝 투구를 선보일지, 3차전을 기다리는 야구팬들에게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주어진 듯하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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