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부터 단독사업 시행가능 조합 설립 없이 조기추진 장점 재건축 추진단지·건설업계 중심 초과이익 환수제 앞두고 확산세
부동산신탁사들이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업인 신탁사업뿐만 아니라 도시정비사업, 리츠를 통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사업(뉴스테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 초석을 다지고 있다. 신탁사들은 주택 준공 후 8년간의 임대수익 확보와 8년 후 매각차익 확보 등을 기대할 수 있는 뉴스테이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지난해 9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3월부터 단독 사업 시행이 가능해졌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와 건설업계는 부동산신탁사의 시장 진입을 환영하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내년 말 유예기간이 끝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면 현재로선 사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최선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신탁사가 사업자로 나서게 되면 조합 설립 없이 시공사 선정과 건축 심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며 시공사는 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아도 돼 여러모로 장점"이라면서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에서는 2018년 1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폭탄을 피하려면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빨리 받아야 하므로 신탁사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후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하는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로, 집값 급등기인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이익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한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준공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신탁사가 하게 되면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 사업 기간이 최대 1년까지 단축된다. 내년 말까지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해 초과이익환수제의 유예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신탁사 한 관계자는 "조합을 대신해 사업비 조달, 분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하지만 시공사·설계사 등 협력사 선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권한을 행사하며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신탁사는 자금력이 있어서 총사업비의 7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사전에 분양이 다 되지 않더라도 자금 부족으로 사업이 멈추는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신탁사들은 최근 수주 호황으로 3∼4년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주액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 86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실적이 늘어난 것은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시행사가 부동산신탁사에 토지를 맡기고 개발자금을 빌려 쓰는 신탁상품으로, 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성격이 비슷하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부동산신탁사의 수탁고 148조9000억원 차입형 토지신탁은 8000억원으로 20.4% 증가했다. 차입형 토지신탁 보수가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늘고 있다. 2012년 19.9%에서 올해 상반기 32.3%까지 확대됐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과거 조합이나 시공사 지원으로 추진하던 사업 방식이 최근에는 잘 운영되지 않거나 여러 가지 변수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신탁사에 맡겨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신탁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최근 재개발·재건축 시장 반응이 좋은 것을 감안했을 때 신탁사가 주도하는 사업은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