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 사장 "적정가격" 강조 눈길
"협상 안되면 매각 포기" 여유
현대중, 매각가격 낮출지 촉각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유일한 인수 희망자인 임태순 LIG투자증권 사장(사진)이 '적정 가격'을 강조해 관심이 집중된다. 가격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매각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임 사장 발언의 행간으로 풀이된다.

임태순 LIG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하이투자증권이 합리적이고 원하는 조건에 부합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그는 하이투자증권의 장점으로 '가격'으로 꼽았다. 최근 1년 새 증권가 인수합병(M&A)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한 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이 인수한 현대증권은 모두 1조원 안팎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은 시장에서 적정 매각가격으로 5000억원 정도를 보고 있다. 중견 증권사라면 큰 부담없이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적정한 가격이라는 평가다.

임 사장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금융기관을 인수한 뒤 운영을 잘해서 수익을 남기는 것 보다 애초에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하이투자증권은 적정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애가 타는 곳은 하이투자증권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서 연내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해 6000억~7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의 상반기말 기준 자기자본 액수인 7050억원 수준을 적정 매각가로 희망하고 있다. 이마저도 현대중공업은 '손해보는 장사'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7050억원을 투입했고 유상증자로 4000억원 가량을 추가 투자해 총 1조1000억원 가량을 투자했었다.

이에 5000억원 정도가 적정 가격이라고 봤던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인수 후보자들은 하이투자증권의 몸값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해 입찰에서 발을 뺐다.

사실상 유일한 인수희망자로 LIG투자증권만 남은 셈이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LIG투자증권 마저 놓칠 경우 매각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유동성 확보방안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결국 LIG투자증권이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셈이다.

임 사장은 "소위 '인기 매물'을 비싼 금액에 인수한 뒤 몇 년이 지나 손실을 내고,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것이 현재 인수합병 업계에서 매번 되풀이되는 악순환"이라며 "하이투자증권의 '유일한' 장점은 가격이라 보고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매각가를 낮출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시장 가격 정도로 매각가를 낮출 것인지는 미지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8824억원을 기록해 대형조선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한 데다 헐값 매각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된 회사가 인수를 해줬으면 가장 좋았을 텐데 현대중공업도 상당히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복수 응찰자(비더)가 있으면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가격을 조율할텐데 복수 비더 조차도 남아있아 IB 업계에선 이번에도 매각은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에 따라 매각주간사를 선정해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매각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매각가 협상이 원활히 이뤄져 인수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LIG투자증권이 매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앞서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당시 1300억원 가량의 자금 조달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이 관계자는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LIG투자증권을 인수 하는 과정에서도 자금 조성에 몇 차례 실패하는 등 펀딩이 상당히 어려웠다"며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LIG투자증권 M&A 규모의 적어도 2배에서 3배 가까이 되는데 자금 조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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