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한국기술벤처재단 이사장
김영식 한국기술벤처재단 이사장
김영식 한국기술벤처재단 이사장


얼마 전 허리케인 '매튜'가 카브리해를 지나면서 아이티를 초토화시켰으나 같은 섬에 위치한 도미니카 공화국은 멀쩡했다. 2010년에도 규모 7.0의 강진이 이 섬을 덮쳤을 때도 아이티는 약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도미니카는 한 명도 사망하지 않았다. 재난인프라를 잘 다져놓은 덕분이었다.

독일의 한 보험회사는 몇 해 전 대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해위험도를 보험상품과 연계시킨 파생상품을 선보이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적은 지역은 '자연재해 리스크 지수'가 커져 외자유치가 현격히 줄어든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제 방재시스템은 새로운 국가경쟁력의 하나로 간주되는 시대가 됐다. 그간 비용으로만 인식되어온 재난방지 시스템이 경제에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한 달 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규모도 예상보다 훨씬 컸고, 1달간 48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시설과 시스템을 점검해 보고 지진경보-대피-복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도 새로운 관점에서 짚어봤으면 한다. 한마디로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아 내야 한다.

먼저,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활성단층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이제는 불의 고리로 알려진 환태평양지진대 안쪽에 위치했다고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큰 지진이 잘 안 일어나던 중국 탕산에 1976년 지진이 발생하자 20세기 최대의 피해를 줬던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또 인접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면 응력패러다임이 변하게 되어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으로 변할 수 있어 한반도 땅 밑을 트렌치 조사나 탄성파 탐사 등으로 조사해 현실에 맞는 지질도를 만들어야 한다. 마침, 정부가 내년부터 25년간 활성단층을 전면 조사할 계획이라고 하여 다행이지만 하루라도 앞당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둘째로, 지진은 정밀하게 예측하거나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안전여유를 좀 더 보수적으로 적용해 나갔으면 한다. 또 재난전용 통신망을 운용해 피해를 줄여 나가야 한다. 데이터 사용을 중시하는 스마트폰은 폰에 탑재된 FM라디오를 작동케 하여 누구나 재난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지진은 같은 규모라 하더라도 주파수 크기에 따라 피해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반도 지진특성을 반영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한반도 지진은 주로 지속시간이 짧은 고주파가 많아 저층건물에 피해를 더 줄 수 있다.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5층 이하 건물에는 비틀림 강도 등을 반영해 나가도록 하고, 해안가에 위치한 주요시설에는 큰 지진해일이 발생해도 견디도록 내진 강도를 높여야 한다.

넷째로, 파손된 시설은 빠른 복구가 이뤄지도록 빠르게 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중금속이 포함된 유해 쓰레기가 2차 환경피해를 주지 않도록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재해지역 주민에게는 그들이 희망을 갖고 하루빨리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실어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진실체에 대한 대국민 교육을 강화해 나가자. 메르스 같은 전염병은 시간이 지나면 끝나지만, 지진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을 느끼게 된다. 수상한 소문과 함께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오해하는 괴담이 퍼져 나간다. 괴담은 지진에 대한 이해정도, 정부의 대응활동, 정치권의 차분한 발언 수위에 따라 가라앉을 수 있다.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실체를 소상히 설명하고 전조현상을 규명해 줘야한다. 지난번 가스냄새는 폐기물을 무단방출한 데서 온 악취였었다. 이와함께 국민 모두가 방재가이드북(매뉴얼)을 잘 익히면 한결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우리사회에 내진으로 설계된 구조물이 들어서고 건축과정에서 품질보증을 철저히 이행해 나가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잘 마련된 재난대응 종합대책을 갖고 있으면 재앙에 강한 국가로 인식되어 외국인도 투자유혹을 더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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